[사설] 강성 댓글부대에 휘둘리는 정치 그만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앞줄 가운데)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앞줄 가운데)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더불어민주당 친문 강성 당원과 관련, “민주당 권리당원이 80만 명, 일반 당원까지 300만 명이라는데 (강성 당원이) 몇 명이나 되겠나”며 “(휴대전화 번호를) 1000개쯤 차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4·7 재·보선 참패 후 초선의원 5명이 조국 사태를 사과하고 쇄신을 요구하자 이른바 ‘문파’(극성 친문 지지층)가 문자폭탄을 퍼부은 데 대한 비판이다. 이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 중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비문’으로 분류돼 문파의 공격을 받아 왔다. 그래서 발언의 정치적 의도를 감안해야 하지만 지금껏 여권이 과격 댓글부대에 휘둘렸다는 지적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선거 참패 이후에도 민심을 외면한 채 “개혁이 부족해서 졌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여권 인사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문파는 2015년 ‘온라인 당원제’ 도입 이후 당 주류로 떠올랐다. 민주당 내에선 80만 권리당원 중 3000~3만 명을 소위 극렬 문파로 본다. 이들은 초선의원 5인의 입장 발표 뒤 권리당원 게시판에 ‘권리당원 일동’ 명의로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는 글을 올렸다. 일반 국민의 생각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실제로 권리당원의 생각이 민심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묻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74.1%, 이번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무공천 당헌’ 개정 투표에서 86.64%가 찬성했다. 국민 대상 여론조사와는 반대의 결과였다.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그만큼 크단 얘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파에 구애하는 여권 인사가 많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은 강성 당원과의 관계 설정을 묻자 “(그들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당원들이다. 당원 설득부터 해야 그다음에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선거 참패 후에도 중도 확장성을 고민하기보다는 문파에 의존해 지지를 유지해 보겠다는 의미다. 강경파 의원들 사이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45%), 권리당원(40%), 국민(10%), 일반당원(5%)의 투표 비율을 권리당원을 더 늘리는 쪽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비주류 중진 의원 6명이 “문자폭탄 등 일부 당원의 과도한 행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파에 대한 사실상 첫 당 내부의 공개 비판이다. 이재명 지사도 “1000명 차단” 발언을 하며 “의견 표명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상례를 벗어난 경우는 옳지 않다”고 했다. 강성 댓글은 정치뿐 아니라 온 국민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댓글부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치인 스스로가 중심을 잡고 민심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중진들과 이 지사의 너무나 상식적인 발언이 ‘큰 용기’로 비치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