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수사종결권 줬더니 3개월 새…檢 송치 22% 줄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 표지판과 서초경찰서.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 표지판과 서초경찰서. 뉴스1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자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 3개월 새 22% 가량 줄었다. 검찰에 직접 접수되던 각종 고소·고발 사건의 68.5%가 경찰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일각에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자체 결정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따른 업무 과부하로 민생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직접 접수 고소·고발 사건 68.5% 감소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22일 대검찰청이 공개한 '2021년 1·4분기 개정 형사법령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22만72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874건)보다 21.9% 줄었다. 같은 기간 검찰이 송치받아 기소한 사건도 6만5524건으로 작년 동기(8만9087건) 대비 26.4% 감소했다. 
 
수사권 조정 3개월 만에 경찰 수사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급감한 것이 국가 형벌권 남용을 줄인 긍정적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형사사법 체계에 이상이 발생한 신호일 수도 있다. 마땅히 처벌 받아야할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법망을 빠져나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건은 13만2003건으로 16.9% 줄었다. 불기소 결정을 내려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사건은 7만50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불기소 의견 송치 건수(9만1580건)와 비교하면 18.2% 감소한 수치다. 법령 개정 전에는 경찰이 불기소 판단을 할 경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올해부터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져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
 
사건 송치는 줄었지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건수는 1만4968건으로 송치 사건 중 11.3%(3월 말 기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1월 말 8.2%, 2월 말 10.9%) 시정 조치를 요구한 건수는 904건으로 전체 수사중지 기록의 4.7%였으며, 불송치 사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2852건으로 4.5%를 차지했다.
 

"檢 수사권 축소→경찰 과부하, 민생범죄 처리 지연" 

검찰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76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4447건) 대비 68.5% 줄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중대 범죄로 축소되면서 경찰에 사건을 접수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 직접수사를 제한하면서 경찰로 사건이 몰렸고, 경찰에 업무 과부하가 걸리면서 민생 범죄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통계에 드러난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형사사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수사 실무 현장에서 신법 체계의 새로운 업무 절차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경찰의 전체 사건 접수 건수 자체도 일부 감소했다"고 반박했다.
 

보완수사 요구 건수 놓고 검·경 신경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 건수 놓고 검경이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도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 2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1개월 경과 분석' 자료를 통해 지난 1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1268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은 310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검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2869건, 재수사 요청 559건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통계인데, 검찰 수치가 경찰 수치의 2배가량 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 통계가 검찰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판단한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전산 기록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우리 측 통계가 잘못될 리가 없다"면서 "통계가 다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추정컨대 검찰의 보완 요구 시점과 경찰의 접수 시점의 차이가 있는 등의 원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검은 "세부 문제점을 조율하고 있으며 앞으로 필요하면 수사기관협의회 등을 통해 제도 안착에 최선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대검 자료에 대한 상세 참고자료를 통해 "산출 기준 차이, 검사의 요구·요청 후 경찰 시스템 입력까지 시차, 해경 사건 포함 여부 등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대검과 협의해 경·검 양 기관의 기준을 통일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등과 관련해서는 "검사가 요구·요청한 사안에는 경찰 과오가 아닌 사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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