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해빙 줄자 새끼 죽는 모습도…캐나다 하프물범의 눈물

캐나다 퀘벡주 북부의 해빙 위에서 쉬고 있는 새끼 하프물범들. [사진 adventure life]

캐나다 퀘벡주 북부의 해빙 위에서 쉬고 있는 새끼 하프물범들. [사진 adventure life]

지구 온난화로 지난 겨울 북극의 해빙(海氷) 면적이 줄면서 극 지방과 캐나다 북부를 오가며 살던 하프물범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린 새끼 물범들이 해빙 대신 해안가로 이동하던 중 익사하거나 얼음 사이에 끼어 죽는 일이 늘고 있다. 지역 명물이던 '물범 투어' 역시 취소됐다. 
 

겨울 북극 해빙 면적, 역대 9번째로 줄어

원 안은 하프물범 주요 서식지 3곳(그린란드, 바렌츠해, 캐나다 북동부 세인트로렌스만). 자료 National Snow&Ice Data Center

원 안은 하프물범 주요 서식지 3곳(그린란드, 바렌츠해, 캐나다 북동부 세인트로렌스만). 자료 National Snow&Ice Data Center

 
미국 국립 눈‧얼음 정보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 3월 북극 해빙 면적은 평균 1464만㎢로,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후 9번째로 적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평균 면적보다 79만㎢ 적고, 역대 가장 적었던 2017년과는 35만㎢ 차이다.
 
북극 해빙은 겨울 동안 꾸준히 늘어나며 2~3월 최대치를 기록한 뒤 점차 줄어든다. 올해는 3월 21일 최고치(1477만㎢)를 보였는데, 관측한 해 중 7번째로 적은 기록이다. 
 

새로 평균 냈더니 기준치 '휘청'… 예전 기록 그대로 쓰기로

북극 해빙 평년값. NSIDC

북극 해빙 평년값. NSIDC

 
급격한 변화는 기후 관측마저 어렵게 한다. 올해는 10년만에 기후 관측의 기준점인 '기후 평년값'을 새로 산출하는 해로, 원칙적으론 해빙 면적의 평년값도 새 값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NSIDC는 “1981~2010년 값을 그대로 평년값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10년만에 새로 산출한 1991~2020년의 해빙 면적이 기존 평년값(1981~2010년)과 너무 큰 차이를 보여, 장기적인 기후 관측과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란 설명이다.
 
북극 해빙의 감소는 급격한 온난화가 원인이다. UNIST의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은 "극지방의 기온 상승은 최근 들어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고, 지구 연평균기온엔 북극 기온상승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합산하면 실제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폭은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한다.
 캐나다 퀘벡 주는 북극과 가까워 극지방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해양동물들이 많이 산다. 새끼 때의 희고 복슬복슬한 모습이 유명한 하프물범도 그중 하나로, 해마다 2~3월이면 전세계에서 하프물범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얼음 부족으로 투어 시즌이 취소됐다. [사진 Quebec Maritime]

캐나다 퀘벡 주는 북극과 가까워 극지방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해양동물들이 많이 산다. 새끼 때의 희고 복슬복슬한 모습이 유명한 하프물범도 그중 하나로, 해마다 2~3월이면 전세계에서 하프물범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얼음 부족으로 투어 시즌이 취소됐다. [사진 Quebec Maritime]

  
해빙 감소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극 지방과 가까운 캐나다 북부의 물범 관광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세인트로렌스만의 2월 말 해빙 면적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 지역은 2~3월 하프물범(Harp Seal)이 새끼를 낳고 기르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캐나다 동북부, 그린란드, 북극 바렌츠해에 주로 서식하는 하프물범은 성체의 키가 150~180㎝, 몸무게 117~136㎏에 이르는 해양 포유류다. 피부에 새겨진 검은 얼룩이 현악기인 하프를 닮아 하프물범으로 부르는데, 해양포유류 보호협약으로 보호 받는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20년 약 730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의 해빙 위에서 쉬고 있는 하프물범 [사진 Quebec Maritime][사진 Quebec Maritime]

캐나다 퀘벡의 해빙 위에서 쉬고 있는 하프물범 [사진 Quebec Maritime][사진 Quebec Maritime]

하프물범은 얼음이 두껍게 어는 2월 후반에서 3월 중순 사이가 출산기다. 여름엔 북극에 있다 번식과 출산을 위해 남쪽으로 온다. 
 
해마다 2~3월이면 비교적 남쪽인 캐나다 인근 넓은 해빙 위에 수천마리씩 모여 자리를 잡고, 새끼를 낳고 털갈이를 한다. 길고 복슬복슬한 흰 털이 특징인 새끼 하프물범은 12일간 젖을 먹으며 자라다, 젖을 뗀 뒤 홀로 얼음 위에서 자립을 시작한다.  
 
이 시기엔 하프물범을 보려는 관광객들도 몰린다. 세인트로렌스만 등 캐나다 북동부 퀘벡 주에선 6일 코스에 1인당 700만원에 이르는 투어가 인기다. 특히 만 한가운데에 위치한 마들렌 제도엔 전 세계에서 하프물범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2008년과 2021년 세인트로렌스만의 위성사진. 해빙이 급격하게 줄었다. 사진 NASA

2008년과 2021년 세인트로렌스만의 위성사진. 해빙이 급격하게 줄었다. 사진 NASA

  
그러나 올해 해빙 면적이 줄면서 하프물범이 위기에 처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세인트로렌스만의 얼음이 녹아거나 약해 슬러시 형태가 되자 새끼 하프물범들이 얼음에서 지내지 못하고 헤엄쳐 해변으로 피신하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 3월엔 주서식지인 마들렌제도 대신 북동쪽으로 500㎞ 넘게 떨어진 블랑 사블론 해안으로 옮겨간 새끼 수백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끼 물범이 해빙을 떠나 해안가로 이동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미성숙한 물범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헤엄을 치다 탈진해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론 조각난 해빙 덩어리 사이에 끼어 죽는 일도 생긴다. 
 
캐나다 해양수산부의 해양포유류 책임자 마이크 하밀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얼음이 얇고 불안정하면 파도에 깨져 쉽게 녹고, 새끼가 익사할 수 있다. 하프물범이 지내려면 얼음이 최소 두께 30㎝, 폭 30m가 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올해 세인트로렌스 만 북쪽 해안까지 모든 지역에서 얼음 상태가 열악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동북부 해안가에는 겨울이면 바다가 얼어 해빙이 꽉 차고, 해빙을 찾아온 하프물범들을 찾아가는 투어도 있다. 2021년 겨울은 해빙이 부족해 투어가 취소됐고, 블랑-사블롱(blanc-sablon, 파란 표시된 지역) 해안가까지 헤엄쳐 온 새끼 물범들이 발견됐다.

캐나다 동북부 해안가에는 겨울이면 바다가 얼어 해빙이 꽉 차고, 해빙을 찾아온 하프물범들을 찾아가는 투어도 있다. 2021년 겨울은 해빙이 부족해 투어가 취소됐고, 블랑-사블롱(blanc-sablon, 파란 표시된 지역) 해안가까지 헤엄쳐 온 새끼 물범들이 발견됐다.

앞서 해빙이 크게 줄었던 2011년에도 다수의 새끼 물범이 해빙에 끼어 죽는 광경이 포착됐다. 해안에 도착해도 체력이 고갈된 새끼들은 먹이 활동을 못하거나, 포식자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 해양학자 피터 갤브레이스 박사는 "12월부터 3월 사이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야 얼음이 두껍게 어는데, 올해는 기껏해야 며칠 동안 영하 20도 이하의 기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프물범이 살 수 있는 얼음이 부족해지자 3월 초가 성수기인 하프물범 투어도 취소된 상태다. 1958년 이후 처음으로 세인트로렌스만에 얼음이 얼지 않았던 2010년 이후 2011년, 2016년, 2017년에도 이상기온으로 얼음이 부족해 투어가 취소됐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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