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민주당은 호남당이냐” 또 터진 국민의힘 ‘영남당 논쟁’

“정권 잡으려면 영남 정당으론 어렵다”(홍문표 의원)
“그럼 송영길 대표의 민주당은 호남당인가”(성일종 의원)
 
6월 전당대회(잠정)를 앞둔 국민의힘이 때아닌 ‘영남당’ 논란으로 시끄럽다. 내년 대선을 짊어질 차기 당 대표를 영남 출신이 맡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다. 지난달 30일 영남 출신 김기현(울산 남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당 일각에서 “당 대표마저도 영남 출신이 돼선 안 된다”는 비영남 대표론이 분출하면서 논란은 한층 더 가열됐다.
 
당내에는 이미 대표 경쟁을 비영남 대 영남 주자 구도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졌다. 대표 주자로 분류되는 권영세(서울 용산),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 나경원(서울 출신) 전 의원이 비영남이고, 주호영(대구 수성갑), 조경태(부산 사하을),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영남이 지역구다.
 
국민의힘 당원 중에선 영남 지역 당원 비율이 상당하다. 당 안팎에선 당원 70%, 일반여론조사 30%로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영남 여론에 좌우될 것이란 말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은 2016년 8월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 모습.

국민의힘 당원 중에선 영남 지역 당원 비율이 상당하다. 당 안팎에선 당원 70%, 일반여론조사 30%로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영남 여론에 좌우될 것이란 말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은 2016년 8월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 모습.

 
영남당 논란이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과거에도 보수 정당이 위기에 봉착하거나, 쇄신을 추진할 때 마다 ‘영남 물갈이론’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TK(대구·경북) 등 영남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21대 국회에서 영남 지역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26명(48.1%)이 초선 의원들로 채워졌다.
 

국민의힘 101명 중 54명이 영남 의원 

2월 1일 오후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의총).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54명에 달할 정도로 영남 비중이 높다. 중앙포토

2월 1일 오후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의총).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54명에 달할 정도로 영남 비중이 높다. 중앙포토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영남 의원들의 비율이 높았지만,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참패하면서 영남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54명(53.5%)으로 절반을 넘는다. 의원뿐 아니라 영남 지역 당원 비율도 높다. 당원(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 70%, 일반여론조사 30%로 승부가 결정 나는 전당 대회를 영남 여론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당내에선 “영남 일색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큰 코 다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 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정치는 결국 이미지 싸움인데, 당 지도부가 영남 일색이라면 국민 눈엔 과거 회귀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영남당이라는 굴레가 대선 승리의 핵심 요소인 외연 확장을 가로막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동안 호남 출신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을 맡아 영남당 색채를 완화시킨게 4·7 재·보선 승리의 한 요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 갈라치는 게 바로 구태정치” 반발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당내에서 불거진 영남당 논란에 대해 "영남당 운운은 자해행위"라며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선 다른 지역에서 더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지, 영남 정서를 후벼파선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중앙포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당내에서 불거진 영남당 논란에 대해 "영남당 운운은 자해행위"라며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선 다른 지역에서 더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지, 영남 정서를 후벼파선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중앙포토

 
반면 영남당 논란을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불쾌해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영남 지역은 당이 어려울 때마다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쳐 준 핵심 기반”이라며 “스스로 영남당으로 깎아내리는 건 영남 지지층을 모독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도 영남당 논란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당 일부에서 나오는 영남당 운운은 자해행위”라며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더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지, 영남 정서를 후벼 파는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조해진 의원은 “중요한 건 누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 적임자인지를 가리는 인물론”이라며 “선거 한 달을 앞두고 뜬금없이 지역을 따져 분열을 조장하는 건 저열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명직인 장관 등 인선은 지역 안배가 상식이지만, 정당의 선출직을 놓고 지역을 따지는 건 소모적인 논쟁”이라면서도 “다만 계속 제기되는 영남당 논란을 탈피하는 게 차기 당 대표의 과제라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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