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데스노트' 오른 임혜숙·박준영…진퇴양난 빠진 여당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권이 예상 밖의 의혹이 쏟아진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둘러싸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4일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5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 중 국민의힘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3인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정의당은 임혜숙·박준영 두 후보자를 소위 '데스노트'에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낙마 사유는 없다”(원내핵심 관계자)는 입장이지만 강행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와 민주당은 29명의 장관급 공직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거나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野 “청와대·민주당 폭주 멈춰야”

최근 원내지도부가 교체된 국민의힘은 30번째 만큼은 두고 보지 않겠다는 태세다. 5일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부터 짚고 넘어가는 데 한참이 걸리니 민망하고 허망하다”며 “후보도 문제지만 이런 후보자를 낸 청와대와 민주당이 더 문제다. 이쯤에서 폭주는 멈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6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낙마 1순위로 꼽고 있는 건 임 후보자다. 청문회에선 ‘논문 내조(남편과 논문 공저로 실적 부풀리기)’ 의혹 외에도 13차례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취임 전 민주당 당적 보유 등 백화점식 의혹이 쏟아졌다. 박 후보자는 의혹의 종류는 많지 않지만,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및 불법 판매 의혹이 “충격적”(국민의힘 초선 의원)이란 반응이고, 특별공급 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실거주가 아닌 시세차익 목적으로 활용한 노 후보자의 ‘관테크(관사 재테크)’ 역시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로는 부적절하다는 게 야당의 판단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3명 모두가 문제”라며 “그중에서도 임 후보자의 흠결이 가장 크고 그 다음 박 후보자→노 후보자 순으로 흠결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 기류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이날 “두 후보자(임혜숙·박준영)는 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당의 최종 입장은 6일 의총에서 정해지겠지만, ‘부적격’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박원석 사무총장)고 말했다.
 

與 새 지도부 ‘진퇴양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의 해당 상임위에선 일단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우선 야당과 협의는 하겠지만, 임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억지 주장”이라며 “흠결이 장관직 수행에 결정적이진 않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후보의 배우자 문제가 장관 직무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치”를 앞세워 온 송영길 지도부 입장에선 첫 현안부터 일방통행을 선언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송 대표는 지난 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며 야당과의 대화 의지를 보였다. 법사위원장 자리 재배분 문제를 둘러싸고 원내지도부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남이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법사위원장 자리도 내놓지 못할 상황인데 장관 임명마저 강행하면 재·보선에서 심판을 받고도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며 “한두 명 낙마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첫 선택부터 ‘양보’나 ‘후퇴’가 돼선 안 된다는 강경론도 만만찮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새 지도부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신승했다”며 “물러서는 모습부터 보이면 지지층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도부도 재·보선 이후 민심을 신중히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 상임위 의원들 의견, 언론보도,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당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청문회 이후 민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 인사청문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일단은 청문 절차를 지켜본다는 것 외에 후보자들의 거취와 관련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한두 명 후보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던 사례가 없지 않았다”는 등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왼쪽),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왼쪽),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상황은 3인과는 딴판이다.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지난 4일 청문회 종료 뒤 곧바로 합의 채택됐고, 안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은 시간관계상 6일로 미뤄졌다. 안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참 열심히 사신 것 같다. 비리 문제를 이야기하면 서로 민망한데 그렇지 않게 살아줘서 참 고맙다”(김웅 국민의힘 의원)는 평가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합의 채택은 이례적인 일이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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