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공수처 2차 이첩 갈등···"여당 밀어붙이다 불씨 키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 간의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이 지난해 말 밀어붙인 공수처법 개정이 갈등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와 다른 기관과의 법적 문제를 공수처 내부 사건사무규칙으로 정하게 해 기관 간 불씨를 키웠다는 얘기다.
 
2019년 4월 26일 새벽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대치 국면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과 몸싸움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4월 26일 새벽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대치 국면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과 몸싸움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첩 요건 대통령령→내부 규칙, “두고두고 논란”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수처가 정한 사건사무 규칙은 검찰 등 다른 기관이 굳이 따라야 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며 “다른 기관에 구속력을 가지도록 하려 했다면 관련 조항을 대통령령 등 법령에 넣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안 공수처법 원안은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 법률은 이 조항을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다’고 바꿨다. 대통령령을 수사처 자체 규칙으로 바꾼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을 주도한 여권이 공수처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것으로 수정했는데, 이것이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여당이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다 보니 공수처법에 모호한 규정이 많고 사건 이첩 관련 조항이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 당시 공수처 규칙으로 사건 이첩 요건을 정하는 것에 대해 ‘위헌’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 4곳뿐이어서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檢 "위헌 소지" 반발에 공수처 "제 식구 감싸나" ‘으르렁’ 

명확하지 않은 사건 이첩 규정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양 기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연루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사건 이첩을 놓고 이미 한 차례 갈등을 빚었다. 여기에 공수처가 지난 4일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하며 논란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공수처가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을 달은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타 기관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기소 여부 판단은 공수처에서 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 수사 완료 후 공수처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검은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 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라는 이유를 댔다.  
 
공수처는 이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라고 재반박했다. 
 
공수처는 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에 검사에 대한 공소권이 부여된 것”이라며 “대검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헌법기관이 아닌 공수처의 사무규칙을 대통령령에 준하다고 해석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건 이첩 요건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사건 이첩 요건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입법 통해 사건 이첩 예측 가능성 높여야” 

검찰개혁의 기본적인 방향성인 수사·기소 분리와 달리 대법원장과 대법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에 대해 공수처에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까지 부여한 것도 기관 간 갈등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수사기관은 공수처의 ‘전속관할권’ 주장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관련 입법 등을 통해 ‘교통 정리’가 이뤄져야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이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한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사건 이첩 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를 대통령령으로 입법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이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우선은 검찰과 공수처 모두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갈등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의 상급 기관이라는 듯한 태도를 버려야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