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에 그 보좌관…"문자폭탄 이용말라" 의원 때린 그남자

국회의 스타가 국회의원이라면 보좌관은 그림자다. 보좌관이 언론에 직접 나서서 발언하지 않는 것, 특히 정쟁에 끼어들지 않는 것은 불문율에 가깝다. 그런데 한 보좌관이 더불어민주당의 뜨거운 감자인 문파의 문자 폭탄 문제를 공개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의 ‘미스터 쓴소리’ 조응천 의원의 조현욱 수석보좌관이다. 그래서 "그 의원에 그 보좌관"이란 말이 나온다. 
4일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현욱 보좌관

4일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현욱 보좌관

 
조 보좌관은 지난 4일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전화기가 꺼질 정도로 문자 폭탄을 받으면 일부 의원은 공포에 질려서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된다”며 “문자 폭탄으로 당내 소통이나 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 조응천 의원실에 찾아가 조 보좌관을 만났다.  
 
-라디오 출연 뒤 문자 폭탄 받았나

“의원실로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 이제 익숙하다.”

-문파의 문자 폭탄이 왜 문제인가

“문자 폭탄, 항의 전화, 팩스 등 얼마든지 해도 좋다. 문제는 소수 목소리가 과잉 대표 돼선 안 된다는 거다. 강성 당원에 묻히는 평범한 다수를 신경 써야 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강성 당원에게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다. 거기에 편승하는 일부 의원들이 문제다. 문자 폭탄이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의원들이 그만 이용해 먹어야 한다.”
 
조 보좌관의 출발은 '친노(親盧)'였다. 2002년 유시민 작가가 주도했던 개혁국민정당으로 정계에 입문해 2010년 국민참여당 창당에 함께 했다. 유 작가가 친북 성향 인사가 다수인 통합진보당에 합류할 때 그와 길을 달리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이후 조 보좌관이 손잡은 의원들은 모두 비주류였다. 이학영 의원실에 합류했다가 안철수 당시 무소속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을 거쳐 조응천 의원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민주당 시절 금 전 의원과 지금 조 의원은 문파의 문자 폭탄의 최대 피해자다. 금 전 의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조 전 법무부장관의 ‘내로남불’을 비판했다가 “탈당하라”는 수 만개의 문자를 받았다. 욕설과 협박이 섞인 문자도 많았다. 그 시절부터 단골 피해자인 조 의원은 최근에도 “문자 폭탄을 용인하는 게 당을 망친다”고 말했다가 “너도 금태섭처럼 나가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의 휴대전화에 20618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의 휴대전화에 20618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조 보좌관은 공개 발언의 이유를 “비주류 의원은 항상 함께하는 목소리가 부족하다”며 “어쩔 수 없이 보좌관이라도 나서서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적, 정치적 발언을 할 때도 원칙이 있다”며 “내가 더 빛나려고 의원보다 앞서나가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조 의원과 일하게 된 것에 대해 “그동안 내가 추구해온 방향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힘이 있는 곳에 힘을 보태는 것보다,견제하는 쪽이 더 좋다”고 말했다.
 
2004년 국회에 들어온 조 보좌관은 이제 보좌진 사이에서도 고참에 속한다. 2019년엔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회장으로 활동했다. 보좌진협의회는 보좌진의 노동조합 같은 역할을 한다. 민보협 회장 선거 당시 “열불날 때 대신 인상 쓰러 가 준다”는 구호와 인상을 팍 쓴 얼굴이 가득 찬 포스터로 화제가 됐다.

2019년 민보협 회장 선거 출마 당시 포스터

2019년 민보협 회장 선거 출마 당시 포스터

 
그는 민보협 회장 기간 국회 상임위 회의실 뒷자리에 있는 접이식 의자를 바꿨다. 상임위 회의가 몇 시간 동안 이어질 때 보좌진이 각종 서류를 무릎에 올리고 다닥다닥 앉아있던 공간이다. 인턴 비서가 출입 카드를 찍으면 “10일 남았습니다”라며 계약 만료 시점을 음성으로 알리는 시스템도 없앴다. 그는 “면직예고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관련 법안이 심사를 한 번도 못 받았다”며 “이번 새 당 대표들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민주당의 부침(浮沈)을 지켜본 조 보좌관은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이유를 “민생을 전혀 못 챙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당이 적폐청산, 남북관계, 그 뒤론 코로나19 방역에만 집중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세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2030 세대가 당장 내 집 마련을 못해서 분노하는 게 아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서 원룸에 살다가도 곧 전세로 옮기고, 돈 모아서 나중에 집 장만하는 사다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사다리를 보호 못 한 게 민주당이다.”

-대학 안 가면 1000만원, 군 전역 때 3000만원 공약이 나오는데

“복잡한 청년 문제에 손쉬운 선택을 하는 거다. 현금 주고 표 사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이 떠오른다.”

 
조 보좌관의 행보를 보고 혹자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서 저러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조 보좌관은 “의원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의 스태프, 전문 보좌관이 나에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대한 대중의 혐오를 없애는 일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