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 극단선택 시도 여성…그를 살린 경찰의 한마디

지난달 29일 오전 6시쯤 대전경찰청 112상황실에 “누나가 싸우고 나갔는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막 교대근무를 시작한 대전유성경찰서 도룡지구대 강준석(30) 순경도 지령을 받고 조장인 김상훈 경위와 현장 주변으로 출동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해 9월 10일 서울시 한강대교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해 9월 10일 서울시 한강대교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GPS(위치 추적 시스템)를 통해 위치를 추적했지만, 새벽 시간인 데다 짙은 안개로 발견이 쉽지 않았다. 순찰차로 인근을 수색하던 강 순경은 둔산대교 중간쯤에서 난간을 붙잡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신고자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모습의 여성이었다.
 

"가라. 내버려 둬라"는 여성에 "다시 한번만" 설득 

순찰차를 세운 두 경찰관은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난간을 넘어 여성에게 다가갔다. 여성을 자극하면 다리 아래 강물로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여성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경찰이 다가가자 여성은 “가시라,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라”며 구조를 거부했다. 강 순경을 용기를 내서 “가족이 걱정한다. 진정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설득했다.
 
하지만 여성은 요지부동이었다. 감정이 가라앉으면 강 순경이 건네는 물음에 대답했다. 하지만 다시 감정이 격해지면 다리 난간을 붙잡고 뛰어내릴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대화와 설득은 40분 넘게 이어졌다. 마침 신고한 동생도 현장에 도착했다. 마음이 누그러진 여성은 경찰의 설득 끝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포기하고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대전경찰청 소속 지구대 경찰관들이 최근 자살을 기도한 시민들을 잇따라 구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소속 지구대 경찰관들이 최근 자살을 기도한 시민들을 잇따라 구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강준석 순경은 지난해 12월 말 임용된 새내기 경찰관이다. 그동안 극단적 선택 신고를 받고 세 차례 출동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자살 기도자를 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순경은 “출동하면서 ‘이번에는 꼭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며 “곁에서 든든히 지켜준 조장(김상훈 경위) 덕분에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용전지구대 이준호 경사, 아파트 옥상에서 여성 구조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 이준호(34) 경사도 지난달 27일 오전 4시42분쯤 “여자친구가 걱정된다”는 신고를 받고 조장인 정창훈 경위와 출동했다. 남자친구인 신고자는 “여자친구가 식당·PC방 인근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여성의 집 수색과 1시간이 넘는 GPS 추적에서도 행방은 쉽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 사이 남자친구는 4번이나 더 신고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지난해 9월 10일 서울 한강 한강대교 보도 난간에 '누군가 내 곁에 있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지난해 9월 10일 서울 한강 한강대교 보도 난간에 '누군가 내 곁에 있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이 경사는 인근 아파트를 수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GPS 위치도 아파트 인근 상가 주변으로 확인됐다. 이 경사는 정창훈 경위와 함께 대전 동구 용전동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다행히도 여성은 신발을 벗어놓은 채 창문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바라보던 상태로 발견됐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여성을 구조한 경찰은 현장으로 달려온 남자친구에게 그를 인계했다.
 

경찰 "의심 상황 신속하게 신고하면 생명 구해"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요즘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간 불화 등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며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있을 때 신속하게 신고하면 고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