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불만표출? 원전수사 콕 집어 "檢, 靑권력 겁내지 않더라"

“검찰이 이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오수 검찰청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에 대해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할 의향이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원전 수사’를 꼭 집어한 답변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정치적 중립성 의심 납득 안가”

 
문 대통령은 이날 김오수 후보자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질문엔 “법무부 차관을 했다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건 잘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중하게 수사를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답변 말미에 “원전 등 여러 사건을 보더라도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검찰을 지적한 걸 두고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담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콕 집어 거론한 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타당성 조작 의혹 사건'이다. 대전지검 원전 수사팀은 최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수차례 소환 조사하며 청와대를 직접 향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지만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정권 관련 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9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했다. 관련 재판이 이날 처음 열렸다.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돼있다.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재조사 과정에서의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말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친정부 인사가 법무부와 검찰 등에 포진하며 정권 수사를 뭉개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자칫 검찰의 중립성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회의을 마친 오기형 검찰개혁특위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참석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3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회의을 마친 오기형 검찰개혁특위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참석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검찰개혁 중요한 가닥 잡아…잡힌 방향 안착시켜야”

 
검찰개혁은 새로운 개혁보다 제도 ‘안착’에 초점을 뒀다.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부분은 형사 사법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수십년간 추진돼 왔던 과제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 드디어 중대한 개혁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완결된 건 아니지만 중요한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잡힌 방향을 안착시켜나가면서 더 완전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장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을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질의응답 전 특별 연설에선 검찰개혁 관련 내용을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일각의 검수완박추진 움직임에 대해 “일부 의원의 개인 의견”이라며 “그나마 정착한 검경 간의 수사권 조정을 통해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