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백신정책 낙제점 줬는데...文 “정당한 평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늑장 도입한 여파로 2분기 백신 보릿고개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치밀하게 세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다.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백신 접종으로 일상회복의 대장정이 시작됐다”며 다만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나라들과 비교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10일 0시 기준 한국의 접종률은 인구대비 7.25%(1회 이상 접종자)이다. 지난 2월 26일 접종시작 후 70일이 지났지만, 아직 10%도 되지 않는다. 세계 접종률 1위 이스라엘(59.9%)이나 영국(53%), 미국(45.8%)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다. 이들 국가는 높은 백신접종률을 바탕으로 방역 정책을 차츰 완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이라며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상황에 맞춰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저조한 접종률은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해 발생한 일인데, 접종 속도 탓으로 넘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스1

 
이어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과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업들까지 힘을 보탠 전방위적 노력으로 우리 국민 두 배 분량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며 “3차 접종의 가능성과 변이바이러스 대비, 미성년자와 어린이 등 접종대상의 확대, 내년에 필요한 물량까지 고려해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접종 속도도 높여나가고 있다. 목표를 상향해 6월 말까지 1300만 명 이상 접종할 계획이고 9월 말까지 접종대상 국민 전원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쳐, 11월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것”이라며 “정부는 대규모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우리의 의료체계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겠다. 국민들께서도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현실과의 괴리 

문 대통령의 연설은 현실과 한참 거리가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9일 기준 백신 잔여량은 아스트라제네카 24만2000회분에 화이자 백신 65만4000회분을 더한 89만6000회분이다. 이들 백신은 두 번 맞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300만명 1차 접종'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접종분으로 아껴둬야할 백신을 1차로 당겨썼다. 그러다 1차 접종자들의 2차 접종 시기가 다가오자 남은 백신과 새로 들어오는 백신을 당분간 2차 접종자에게만 맞추기로 했다. 현재 신규 1차 접종은 이달말까지 중단됐다. 기존 예약자나 백신이 남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1차 접종을 한다. 9일 국내 신규 1차 접종자는 3명에 불과했다. 휴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적은 수치다. 2차 접종자들에게 맞추고 남은 백신을 1차 접종 대상자에게 돌려 맞춘 것이라고 한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백신 물량이 많아지면 주말과 일요일 접종(건수)도 같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수급이 부족하다는걸 인정한 것이다.
 
국민들의 인식과도 동떨어져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백신 도입 정책에 대해 평균 55.3점(100점 만점)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백신 도입 정책을 점수로 평가 시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라는 문항에 국민들은 낙제점을 줬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4주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치우쳐 백신 확보가 늦은 것 등 위기의 상당 부분은 현 정부가 가져온 것”이란 취지로 비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세계) 백신 접종률 순위를 놓고 보면 한국이 하위권에 속한다”며 “우리 앞 (순위의) 국가에는 (똑같이) 백신 개발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런 나라들은 어떻게 우리보다 백신을 더 많이 맞췄는지 의문이 든다”며 “그런 이유(백신 미개발 국가 등)로 접종이 늦었다는 건 설명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