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진짜 5G’ 구축 논란 “20조짜리 계륵” vs “통신사 봐주기다”

SKT 직원들이 차량 정체가 가장 많은 고속도로와 역사 등의 인근 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SK텔레콤]

SKT 직원들이 차량 정체가 가장 많은 고속도로와 역사 등의 인근 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SK텔레콤]

 
최대 20조원대에 이르는 28㎓ 대역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투자를 놓고 정부와 국회에서 정책 기조를 완화할 조짐이 보인다. 실수요가 없어 ‘계륵 같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배경이지만, ‘통신업계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이 기한…구축 할당량 0.2% 수준

10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28㎓ 기지국 의무 구축과 관련해 “공동 구축의 실현 여부와 효과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8㎓ 대역의 5G 통신은 4세대(LTE)보다 이론상 20배 빨라 ‘진짜 5G’로 불린다. 현재는 3.5㎓ 대역에서 5G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올해 말까지 28㎓ 대역의 5G 기지국을 각각 1만5000개씩, 총 4만5000개 구축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규모가 최대 20조원에 이른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주파수 할당 취소도 가능하다. 주파수를 받으면서 지불한 6200억원도 반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이통 3사가 구축한 28㎓ 기지국 수는 91개였다. 당초 계획 대비해 0.2%에 그친다. 이는 28㎓ 대역의 활용성이 기대보다 낮아 이통사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통 3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주파수 이용권을 회계상 손상 처리했다. 자산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어 미리 떨어냈다는 의미다. 
 
28㎓는 3·4G 통신보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다른 무선통신의 간섭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인파가 밀집한 경기장·쇼핑몰 등에서 끊김 없이 영상 전달이 원활하다. 반면 전파의 도달 범위가 짧고, 장애물에 약해 잘 끊긴다는 약점이 있다. 주파수 할당 당시 업계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같은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IoT) 센서 적용, 추가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해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뒤늦게 ‘공동 구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통 3사가 공동으로 1만5000개만 세우게 하자는 것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공동 구축에 나서면) 크게 어렵지 않게 기지국 1만5000곳 설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임혜숙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사업계획서를 냈으니 28㎓를 구축하라고 하는데, 외려 소비자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28㎓ 대책은 활성화가 아닌 재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기부는 “28㎓ 정책 변경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임 후보자의 서면 답변은 망 구축 의무 완화 방침을 시사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기부는 이날 “정부는 지속해서 모니터링 및 행정지도 등을 통해 28㎓ 망 구축 의무 이행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3.5㎓ 전국망 구축이 효과적” vs “공동 구축해 산업 키워야”

이통사들은 공동 구축마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조금만 간섭이 생겨도 연결이 끊어지는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A통신사가 망을 구축한 지역에서 B통신사 지역으로 넘어갈 때 끊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28㎓ 대역보다는 사용 효용을 높일 수 있는 3.5㎓ 대역의 전국망 구축을 늘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28㎓의 활성화를 늦추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면서도 “다만 공동 구축을 통해 28㎓를 최대한 빨리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을 키우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