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국채, 커지는 '인플레’ 공포…다시 들썩이는 국채 금리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9.87포인트(1.23%) 하락한 3209.43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9.87포인트(1.23%) 하락한 3209.43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주춤하던 국고채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올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고되며 채권값 하락(채권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진 데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경고음이 켜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1일 오후 10년물 금리는 전날(2.134%)보다 0.005%포인트 오른 연 2.13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한 달 넘게 연 1.9~2%대에 갇혀 있던 금리는 지난달 30일 2.1%를 뚫었다.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며 올해 고점인 2.152%에 근접했다. 5년물 금리(연 1.627%) 역시 연초(연 1.441%)대비 0.186%포인트 올랐다.  
다시 오르는 국고채 금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시 오르는 국고채 금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채 금리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튼 데는 수급과 거시경제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지원금 예산 마련을 위해 정부는 국채 발행(한도)을 늘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기준 국채 발행 한도는 176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1차 추가경정예산으로 9조9000억원이 추가되면서 총 186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채권 물량이 많아지면 채권값은 떨어진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의미다. 적자 재정의 부메랑이 금리의 역습이 된 셈이다.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10년물 금리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불씨’다. 10년물 금리와 3년물 간 금리 차(장단기 스프레드)가 단적인 예다. 금리 차이는 연초 0.769%포인트에서 현재(11일) 1.01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초(0.244%포인트)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장기 금리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전문가 "하반기 채권 금리 더 오를 것" 

상당수 전문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채권금리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금융시장은 반도체 호황기에 세계 경제가 동반상승했던 2017년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당시 (10년물) 금리가 연말에 튀어 오른 것처럼 올해 하반기에는 10년물 금리가 전고점(2.152%)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채권ㆍ외환ㆍ상품(FICC)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 들어서면 세계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를 비롯해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부담감은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빚 1700조원시대, 이자 부담 커지고 소비 위축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영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속에 대출을 늘린 투자자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의 지표인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오를 수 있어서다.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5년 만기 금융채 금리(AAA)는 11일 기준 연 1.832%로 연초(1.536%)보다 0.3%포인트가량 올랐다. 
 
실제로 대출 금리도 소폭이지만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 금리)는 연 2.73%로 한 달 전(2.66%)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8월(2.39%)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다. 특히 같은 기간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3.7%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금리 상승은 그나마 살아나는 경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가계 빚이 지난해 말 기준 17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시장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자 부담이 자칫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연말로 갈수록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영끌' 대출자는 신용대출 등 단기 대출부터 서서히 빚 줄이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