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항의에 폭행, 그 장면 동영상 찍으면 초상권 침해?

공동주택에서 종종 일어나는 층간소음 다툼.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pixabay]

공동주택에서 종종 일어나는 층간소음 다툼.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pixabay]

층간소음으로 항의하러 온 이웃을 폭행한 50대 남성이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건 초상권 침해”라며 외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전주 완산구 모 아파트 주민 A씨(57)가 부녀회장 B씨 등 세 명을 상대로 제기한 900만원의 손배소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만으로 정당화될 순 없다”면서도 “서로 다른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안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A씨가 층간소음에 항의하러 온 B씨를 폭행해 상해를 입히는 등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었고, B씨에게 (동영상 촬영의) 형사절차상 증거 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 및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을 물리칠 사유에 관한 법리를 잘못 이해하지 않았다”면서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증거수집 목적이란 이유로 쉽사리 남의 초상권을 침해해선 안 되지만, 이번 사례처럼 긴박한 상황 등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2018년 초 A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경비초소 통폐합 공사 등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문제로 B씨 등 피고들과 갈등을 이미 한 차례 빚었다. B씨는 A씨가 현장에서 일행과 갈등을 빚고 욕설을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같은 해 4월 저녁엔 층간소음 문제로 B씨가 남편과 함께 A씨 거주지를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팔을 치고 손을 잡아 올리면서 비틀었다. 이후 A씨가 B씨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때리려 하는 것을 A씨 부인이 말렸다. 이런 상황은 B씨가 찍고 있는 휴대전화 동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이 사건으로 A씨는 B씨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가 인정돼 전주지법에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고, 직후 B씨의 동영상 촬영 부분에 대해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에겐 500만원을, 현수막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아파트 주민 두 명에게도 각각 300만원과 100만원을 청구했다.
 
1ㆍ2심 전주지법은 모두 피고 B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을 맡은 전주지법 민사2-1부는 “층간소음 문제로 분쟁이 있어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 원고가 욕설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B씨의 촬영행위에 대한 형사절차상 증거수집의 필요성, 긴급성 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