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144년만에 첫 여성 편집국장…베이조스가 강추

워싱턴포스트의 첫 여성 편집국장으로 발탁된 샐리 버즈비. 그는 직전까지 AP 편집국장을 지냈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의 첫 여성 편집국장으로 발탁된 샐리 버즈비. 그는 직전까지 AP 편집국장을 지냈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144년 역사상 첫 여성 편집국장이 탄생했다. 직전까지 AP통신의 편집국장으로 일했던 샐리 버즈비(55)다. 쟁쟁한 후보 중 버즈비가 발탁된 배경에는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억만장자 베이조스와 마틴 배런 편집국장의 지도 하에 개혁을 단행해온 WP가 새 편집국장으로 여성인 샐리 버즈비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지난 2013년 WP를 인수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인물이자 스타 언론인인 배런이 WP를 지휘한 것도 이때부터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결과, WP는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특종 보도를 내고 유료 구독자 수를 크게 늘렸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퓰리처상을 10개나 타고, 기자 수도 2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AFP=연합뉴스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AFP=연합뉴스

 
하지만 베이조스는 지난 1월 말부터 새 편집국장을 물색했다. 배런이 은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NYT는 그가 미국의 내로라하는 언론인을 샅샅이 살폈고, 버즈비를 적임자로 꼽았다고 전했다. 프레드 라이언 WP 발행인은 “베이조스와 나는 버즈비 발탁에 완전히 동의했다”며 “의심의 여지없는 만장일치였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베이조스와 라이언이 높이 산 건 버즈비의 국제 분야 전문성이었다. 버즈비는 2004년부터 AP의 중동 편집장을 지내며 이라크 전쟁, 이란 핵 문제, 레바논 전쟁 등의 취재를 지휘했다. 그가 국장으로 있을 당시 AP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국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외에 탐사보도와 정치 분야 취재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것도 강점이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편집국장의 실제 인물인 마틴 배런 전 WP 편집국장. 지난 1월 말 은퇴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편집국장의 실제 인물인 마틴 배런 전 WP 편집국장. 지난 1월 말 은퇴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2017년부터 AP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굵직한 이슈를 지휘·조율한 점도 작용했다. AP는 “코로나19, 도널드 트럼프 정권, 미투(Me Too) 운동, 브렉시트, 인종 차별 시위 등의 이슈 속에서 버즈비는 AP의 저널리즘을 지휘했다”며 “전 세계 250개국에 문자와 영상, 사진 등을 통해 속보를 신속히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버즈비 외에 차기 WP 편집국장 후보로 올랐던 이들도 쟁쟁하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WP에서 20년 이상 일하고 ESPN의 편집국장을 거쳐 최근 LA타임스 편집국장으로 기용된 케빈 메리다(64)였다. 공교롭게도 버즈비 역시 LA타임스 편집국장 후보였다고 한다. 이외에 WP 내부에서도 편집국장 권한대행으로 일한 캐머런 바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취재를 총괄했던 스티븐 긴스버그 등이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샐리 버즈비 외에 WP 차기 편집국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케빈 메리다. 그는 최근 LA타임스 편집국장으로 기용됐다. 버즈비 역시 LA타임스 편집국장 후보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샐리 버즈비 외에 WP 차기 편집국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케빈 메리다. 그는 최근 LA타임스 편집국장으로 기용됐다. 버즈비 역시 LA타임스 편집국장 후보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캔자스주 외곽 작은 마을에서 자란 샐리 버즈비는 캔자스대를 졸업한 뒤, 1988년 AP통신에서 처음 언론인의 삶을 시작했다. 백악관과 의회 등을 두루 출입했고, 샌디에이고 특파원과 워싱턴 국장 등을 거쳤다. 2012년과 2016년, 2020년 미국 대선 취재를 담당하기도 했다. 
 
샐리 버즈비(왼쪽)이 2016년 AP에서 미국 대선 관련 업무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샐리 버즈비(왼쪽)이 2016년 AP에서 미국 대선 관련 업무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올해 20세, 21세가 된 딸을 키운 워킹맘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 출신이자 중동 전문가였던 남편 존은 2016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일할 때마다 그토록 사랑해온 일을 위해 많은 장애물을 넘어뜨려야 했을 여성 선배들을 떠올린다”며 “그들에게 배짱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의 매일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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