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음주가 낭만?" 서울시의장도 '한강 금주' 나섰다

지난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망원한강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망원한강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최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서울형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6월 30일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주 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 만큼 서울시가 신속히 움직여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강공원을 전면적으로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과도한 처사”라는 반응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인호 “한강공원 예상 밖 안전 사각지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서울시가 공공장소 음주구역 지정을 위해 신속하게 조례를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이스북 캡처]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서울시가 공공장소 음주구역 지정을 위해 신속하게 조례를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이스북 캡처]

김 의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강공원이 예상 밖의 안전 사각지대로 드러났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과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달 25일 새벽 친구와 술을 마시던 손정민 군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손 군 아버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읽다보니 자식을 키우는 입장으로써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다”고 썼다. 
 
아울러 그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낭만’으로 여기는 우리의 인식도 개선해보면 어떨까”라고 썼다. 특히 지자체가 공공장소를 음주금지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것을 거론하며 “서울시가 (보건복지부보다) 선제적으로 실태조사 및 의견수렴을 거쳐 서울형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도록 신속하게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지자체, 6월 말부터 금주구역 지정 가능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그늘막 텐트 구역의 모습. [뉴스1]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그늘막 텐트 구역의 모습. [뉴스1]

오는 6월 30일 시행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제8조의 4에는 ‘지자체는 음주폐해 예방과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가는 관할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한강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려면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에 금지 항목을 추가해야 하는데 김 의장은 SNS를 통해 이를 촉구한 셈이다. 
 
현재 조례에는 ‘심한 소음 또는 악취를 나게 하거나 술에 취해 주정을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선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명시적으로 ‘음주를 하면 안 된다’고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김 의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표준 조례안 및 단속지침에 관한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용역 결과만 바라볼 게 아니다”며 “제2의 손정민 군이 나오지 않길 희망한다. 손정민군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고 썼다.
 
현행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17조(금지행위)은 음주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오는 6월30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은 지자체가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17조(금지행위)은 음주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오는 6월30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은 지자체가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시민들은 “한강공원을 전면적으로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A씨(28)는 “몇몇 해외 국가에서도 공공장소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간제한 등 중간적인 대안 없이 전면 금지는 과한 것 같다”며 “손군의 죽음이 음주를 금지하는 법이 없어서는 아니지 않을까. 작업장 안전관리 문제, 여성범죄 등 보다 심각한 안전 사각지대도 많다”고 말했다. 시민 B씨(33·서울시 관악구)는 “코로나19로 외출 자제, 음식점 이용시간 제한 등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데 한강공원까지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개인의 행동이 과하게 제약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건강증진과와 한강사업본부 등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금주구역 지정을 위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야외 음주에 관대한 측면이 있다”며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면 음주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단계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