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가 적폐를 때려잡겠다니…" 與보고서속 지지 철회 이유

고영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달 9일 오후 국회에서 4.7재보선 참패와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고영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달 9일 오후 국회에서 4.7재보선 참패와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가 4ㆍ7 재보선에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은 부동산 정책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든 ‘서울시 유권자 대상 집단심층면접(FGI)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을 ①잔류그룹(재ㆍ보선에서 박영선 지지)과 ②이탈그룹(재ㆍ보선에서 오세훈 지지 또는 투표불참)으로 나눴다. 이후 이탈그룹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이유를 심층면접을 통해 분석했다.
 
패인으로는 부동산 정책과 LH사태, 조국사태와 검찰개혁,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등 기존에 언급된 메가이슈들이 다수 언급됐다. “현 정권의 위선을 제대로 보여준 게 조국사태”(20대 여성) “고3 딸 입시를 치르면서 (조국)사건이 터져 실망감과 박탈감을 엄청 느꼈다”(40대 여성) 등의 주장이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적폐'가 '적폐'를 때려잡겠다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20대 여성) “가상의 적을 세팅해놓고 계속 섀도우복싱하는 느낌”(30대 여성) 같은 비판이 이탈그룹에서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부동산 정책과 LH 사태 역시 결정적 뇌관으로 지목됐다. “정부가 잘못해 집값이 올랐는데 공시지가는 계속 올린다”(40대 여성) “서민들이 왜 집을 사는지 모르는 것 같다”(30대 여성) 등 다층적 불만이었다. “정부에서 25번 대책이 나왔다는 건 제대로 생각을 안 하고 만든 것”(30대 남성),“결국 그 분들 거기 앉힌 건 대통령”(50대 남성)이란 지적도 뒤따랐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박원순 사건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뽑는 건 진짜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20대 여성) 등 성추문 논란도 부각됐다.
 
일자리ㆍ외교 등 상대적으로 재보선 국면에서 덜 주목받은 국정현안에 대한 불만 역시 상당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 못해 반대로 돌아서지 않았나하는 생각”(20대 남성) “시험도 안 거치고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했다. 결국 예산부족으로 채용이 줄어드니 20대들이 피해를 본다”(30대 남성)는 지적이 이탈그룹에서 나왔다. “중국한테 너무 기는 느낌이다. 일본 방사능 문제는 강력 대처하더니 중국에는 그런 게 너무 없는 느낌”(20대 남성) 등 외교에 대한 불만도 이탈층에서 제기됐다.
 
이밖에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미국에서는 벌써 1억명이 맞았다는데…”(50대 남성) "K방역 잘 했다고 전세계가 부러워했는데 알고 보니 백신 보유율이 최저”(40대 여성) 등 백신 공급 불안감이 두드러졌다. “박영선 후보의 10만원씩 준다는 얘기는 돈으로 표를 사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20대 여성)이란 우려도 있었다.
 
현안을 대하는 정부ㆍ여당의 태도를 두고도 이탈그룹에선 “잘못을 인정하는 게 전혀 없었다”(20대 남성) “시간끌기처럼 진행한 뒤 무마하려는 듯해서 실망했다”(30대 여성)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를 말하며 항상 편을 가른다. 간호사가 수고했다면서 의사들은 배제하고…”(30대 남성)란 비판도 있었다.
 
보고서는 민주당 혁신 방향도 제시했다. ①안정과 민생우선 노선을 확정하고 ②부동산·코로나·일자리를 우선하되, 권력기관 개혁은 차기 과제로 돌려야 무당파·중도층을 잡을 수 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또 야당과의 경쟁 방식을 두고도 ③네거티브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포지티브 기반 경쟁을 펼쳐야 책임전가·오만의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