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운임 또 사상 최고, 수출기업 비상…"한진해운이 그립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1주만에 반등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물류난 장기화 조짐에 선박 및 특별전세기 추가 운항을 추진한다.  
 
16일 해양수산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말 전주 대비 248.19포인트 오른 3343.34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등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CFI는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는 2500~2600선을 맴돌며 가격이 조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3월 말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사고가 발생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선별로 보면 아시아~북미 동안(東岸) 노선 운임이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7378달러로 전주보다 342달러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북미 서안(西岸) 노선의 주요 항구에서 배가 1주일 이상 정체하는 체선 상태가 이어지면서 동안으로 선회하는 선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북미 서안 노선 운임은 FEU당 4839달러로 1주일 만에 반등했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5438달러로, 전주 대비 무려 760달러나 치솟았다. 유럽 항로 운임이 5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벌크선 운임(발틱운임지수·BDI)도 고공비행 중이다. 벌크선은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선박을 말한다. BDI는 지난달 말 11년 만에 3000선을 돌파하더니 지난 11일 325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날 지수가 474였던 것을 감안하면 7배 가까이 폭등했다.
 

SCFI 3343.34 기록, 1년 전의 4배 

산업부·해수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항만 적체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동량이 급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해상 물동량은 전년 대비 5.7% 늘어난 데 비해 화물 선적 공간인 선복 공급은 3.9% 증가에 그친다. 미국·유럽 등에서 소비재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컨테이너선 운임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운임 상승은 한국의 수출에는 물류비용 증가라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은 밀려드는 주문에도 물품을 보낼 컨테이너선을 확보하지 못하니, 결국 웃돈을 얹어준다. 이는 다시 컨테이너선 운임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물류비용이 오르면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충격이 크다. 중소기업은 약정된 금액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대기업과 달리 운임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되는 단기계약(스폿)을 주로 이용해 부담이 배로 커진다. 결국 운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손해를 보고 납품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이에 정부는 한국의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는 수출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주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출입 물류 동향 점검 및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정부 대응책 실행 선사는 HMM이 유일, 한계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이에 따르면 당장 이달부터 미주·유럽 항로에 선박 투입을 확대한다. 미주 동·서안에 임시선박을 총 6회(3만2800TEU) 투입한다. 유럽 항로에도 6월까지 신조 선박(1만6000TEU급)을 매주 1척씩 총 6척 투입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지원도 강화한다. 다음달 중순부터 미주 동안 항로에 대해 주당 50TEU의 중소화주 전용 선복을 신규 제공하고, 현재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미주 서안 350TEU, 유럽 50TEU 우선 배정은 연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운임 지원 규모는 현재 총 70억 원에서 121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지원책을 실행할 대형 선사가 국내엔 HMM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HMM은 최근 물동량 급증으로 컨테이너선 추가 확보가 불가능해지자 다목적선까지 끌어와 임시선박으로 활용 중이다.  
 

"한진해운 네트워크 및 운항 노하우 사라져" 

이에 2016년 말 파산한 당시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해도 지원에 투입될 배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지금과 같은 호황기에 한진해운 파산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해운·물류 전문가인 박명섭 국가해양력포럼 회장(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은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에서 해운업은 국가의 수송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인데, 당시에는 이런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했다”며 “한진해운이 수십 년에 걸쳐 개척한 노선 네트워크와 운항 노하우 등이 사라진 게 안타깝다”고 짚었다. 
 
박명섭 교수는 이어 “정부가 한국 해운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2018년부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HMM이 1분기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영업이익 1조193억원)을 올리며 한국 해운업의 장기침체를 끝내긴 했지만, 앞으로 초대형선 발주, 네트워크 강화 등의 투자를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