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주려고 250억 강남빌딩 내놨다…20년 만에 알려진 선행

조규성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흥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흥연송학술재단은 대한민국 치과계 유일한 학술재단이다. 김성룡 기자

조규성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흥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흥연송학술재단은 대한민국 치과계 유일한 학술재단이다. 김성룡 기자

 
전국의 11개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에게 23년째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공익재단을 만들었고, 서울 강남에 있는 시가 250억원대 건물을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혜를 입은 학생이 520여 명, 장학금 지원 규모가 22억원이 넘는다.  
 
치과용 장비·시스템 전문업체인 ㈜신흥의 사회공헌 이야기다. 이 회사 창업주인 이영규(91) 회장은 1999년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2017년엔 신흥연송학술재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부 활동을 단 한 번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조규성(66)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을 만나 ‘조용한 기부’ 사연을 들어봤다. 조 이사장은 연세대 치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말부터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치과계에서 유일한 학술재단이라고 하던데.
“그렇다. 신흥연송학술재단은 이영규 ㈜신흥 회장이 2017년 11월 설립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신흥은 치과용 진료장치·진료대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나름 탄탄한 회사다. 이영규 회장은 치의학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으로 신흥연송학술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을 설립한 배경은.
“신흥은 1999년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이어 치의학계를 지원하는 학술사업을 추가했다. 그런데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가끔 회사 실적이 좋지 않으면 지원 규모가 줄어들기도 했다. 이 회장이 ‘연속성 있는 사회공헌’을 고민하다가 2014년부터 재단 설립을 준비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했나.  
“지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최순실씨가 미르문화재단·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단 설립 요건이 엄격해졌다. 자본 요건을 충족하려고 2017년 ㈜신흥이 보유하고 있던 시가 47억원 상당의 남대문 사옥을 현물로 출연했다. 또 ㈜신흥 대주주 일가가 7억원을 내놓았다. 지난해엔 ㈜신흥의 자회사인 신흥DV캐피탈이 추가로 20억원을 기부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신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을 출연했다. 이 건물은 부동산 평가액이 250억원 상당이다. 덕분에 신흥연송학술재단의 재정이 탄탄해졌다.”
 
장학사업은 어떻게 하나.  
“한해에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이 있는 전국 11개 대학당 4명씩, 모두 44명을 선발한다. 1인당 800만원을 지원하는데 어떤 조건도 없다. 연간 장학금 지원 규모는 3억5000여 만원, 지금까지 총 22억310만원을 지원했다.”
 
국내 치과대 정원이 620여 명이라면 것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13~14명 당 한 명꼴로 ‘신흥 장학생’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용하게 기부활동을 하는 사연이 있나.  
“오른손이 하는 선행을 왼손도 모르게 하는 수준이다. 재단 운영도 조용한 편이다. 재단은 가정형편이 곤란하지만 미래가 유망한 학생을 뽑는다는 선발 기준을 제시하고, 장학생 선발은 대학에 일임한다.”
 
학술지원사업도 소개해 달라.  
“매년 연송치의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대한치의학회가 치의학 관련 학회에서 우수 연구자를 추천 받고, 치의학회 소속 회원 4명과 재단 이사 2명이 심사한다. 국제학술지(SCI)에 최근 3년간 게재한 논문의 개수와 인용지수(impact factor)를 따져 가장 탁월한 임상 연구자(1명)에게 치의학상을, 기초 연구자(1명)에게 연송상을 준다. 임상과 기초를 통틀어 가장 학문적 업적이 우수한 연구자는 대상(1명)을 받는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연송치의학상은 지난달 30일 이두형 경북대 치대 교수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연송상은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치의학상은 최성환 연세대 치대 교수가 각각 받았다.”
조규성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흥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규성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흥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추가로 출연한 재원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먼저 학술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연송치의학상과 별개로 우수 치의학 학회의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민 구강보건사업도 진행하려고 한다. 아직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독거노인·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구강보건을 위해 봉사한 의료진이나 자원봉사자 등을 수소문해, 이들을 격려하는 봉사상을 제정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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