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가 손 잡아준 英해리 "20년간 다이애나 트라우마" 고백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가 오프라 윈프리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놓는다. AFP=연합뉴스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가 오프라 윈프리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놓는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다가 파경 뒤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둘째 아들 해리(37) 왕자가 또다른 폭탄을 터뜨렸다. 이번엔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한 오랜 트라우마에 대해 솔직한 고백을 하면서다. 어머니의 사망과 그 배경, 이후의 삶을 공개적으로 세상에 털어놓기로 한 것이다. 자신이 오프라 윈프리(67)와 공동 기획·제작하는 TV 다큐멘터리의 첫 출연자로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해리 왕자가 애플TV+ 시리즈에서 방영되는 정신 건강 다큐멘터리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시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21일(현지시간) 처음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당신이 보지 못한 나(Me You Can’t See)‘로, 해리 왕자에 이어 가수 레이디 가가와 배우 글렌 클로즈, 농구선수 데마르 드로잔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당신이 보지 못한 나(Me You Can't See)'에서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하는 해리 왕자의 모습. [애플TV+ 유튜브 캡쳐]

다큐멘터리 '당신이 보지 못한 나(Me You Can't See)'에서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하는 해리 왕자의 모습. [애플TV+ 유튜브 캡쳐]

 
가디언에 따르면, 해리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어머니의 죽음 당시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후 20년 가까이 이를 일부러 외면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며 “혼란의 시기가 완전히 지난 뒤에야 (정신 건강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윈프리에게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는 것은 약하다고 인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요즘은 오히려 (그렇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며 다이애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어머니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된다. 지난 3월 한 자선재단이 펴낸 책의 서문에서 그는 “어린 소년 시절 엄마를 잃은 경험 때문에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사라지지 않았다”며 “여러분에게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과 지지로 채워질 것이라는 말해주고 싶다”고 썼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오른쪽)이 아들인 해리(아래)·윌리엄과 1988년에 찍은 사진. 중앙포토

다이애나 왕세자빈(오른쪽)이 아들인 해리(아래)·윌리엄과 1988년에 찍은 사진. 중앙포토

 
왕위 서열 6위인 해리 왕자는 영국 왕실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 없이 할 전망이다. 그는 앞서 13일(현지시간) 배우 덱스 셰퍼드 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서도 “어머니가 생전 겪은 일을 본 뒤 나는 왕실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속으론 곪으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행복한 척해야 하는 삶을 거부한다는 취지다. 그는 “왕실에서의 생활은 영화 ‘트루먼 쇼’와 동물원을 합친 것 같았다“며 “장막 뒤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봤고,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이 부모로서 실패했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그가 (부모로부터) 대우받은 대로 나를 대했다”며 “내 아이들을 위해 고통의 대물림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다이애나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해리 왕자(왼쪽)과 아버지 찰스 왕세자. [애플TV+ 유튜브]

어머니인 다이애나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해리 왕자(왼쪽)과 아버지 찰스 왕세자. [애플TV+ 유튜브]

 
방송 전 미리 공개된 2분짜리 예고편에는 1997년 당시 13살이었던 소년 해리가 다이애나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모습도 담겼다. 그는 당시 15살이었던 형 윌리엄 왕세손과 아버지 찰스 왕세자 사이에서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당시 BBC는 “추모 예배를 위해 두 왕자가 어머니의 운구차를 따라가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시청한 장면”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81년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지만, 남편의 외도 등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82년과 84년에 윌리엄과 해리를 낳아 길렀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95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자살 시도 경험 등을 폭로하고 결국 이혼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맨 왼쪽)과 찰스 왕세자(맨 오른쪽)가 두 아들과 찍은 사진. AFP=연합뉴스

다이애나 왕세자빈(맨 왼쪽)과 찰스 왕세자(맨 오른쪽)가 두 아들과 찍은 사진. AFP=연합뉴스

 
이후 에이즈와 암 퇴치 등 봉사활동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았지만, 97년 당시 연인이었던 이집트 재벌 2세 도디 알 파예드와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해리 왕자는 더선 등 영국 4대 타블로이드에 취재를 거부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오프라 윈프리와 한 팀이 되어 왕실 저격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 해리 왕자의 부인이자 흑인·백인 혼혈인 메건 마클은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첫 아이인 아치 출산을 앞두고 왕실의 한 인사로부터 ‘아이가 얼마나 까말(dark)까’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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