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간첩단' 누명 가족, 대법 "재심 무죄부터 시효, 배상해야"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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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 시절 재일간첩단의 일원으로 몰려 8년을 복역한 뒤 재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의균씨의 배우자 등이 당시 불법구금 피해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재일간첩단 사건 누명 8년 수감…배우자·지인 불법구금 피해

장씨는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측과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87년 7월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게 끌려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불법 구금됐다.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이뤄진 연행이었다, 수사관들은 장씨가 대남 공작조직에서 간첩 교육을 받은 뒤 북한 지령을 받았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물었고, 장씨의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수사관들은 당시 장씨의 배우자 윤모씨 및 지인 한모씨도 강제 연행해 구금한 뒤 조사했다. 이후 윤씨는 풀어줬지만 이후 한씨는 간첩 불고지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국보법 위반으로 1988년 징역 8년을 확정받은 장씨는 만기 출소한 뒤인 2014년 재심을 청구한다. 2017년 법원은 장씨가 불법구금 상태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은 점 등을 인정해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2017년 12월 확정됐다.
 
장씨의 재심 무죄 확정 이후 장씨와 가족들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장씨 본인은 8년간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2018년 7억64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재심 무죄 뒤 손해배상 청구…2심서 일부 불인정

1심은 장씨와 배우자 윤씨, 함께 연행된 한씨에 대해 불법 구금 및 장씨의 유죄 판결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1심은 국가가 장씨에게 8억원을, 배우자 윤씨에게 2억원을, 한씨에게는 3천만원의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이 판단 중 일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1980년대 당시 배우자 윤씨와 한씨가 불법구금을 당한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윤씨와 한씨가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윤씨와 한씨는 본인들이 불법구금을 당했다가 풀려난 1987년 7월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그로부터 민사상 소멸시효인 3년 안에 제기되지 않은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은 윤씨의 손해배상액을 1억7000만원으로 줄이고, 한씨에게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장씨에 대해서는 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인정했지만 장씨가 형사보상금으로 7억6400여만원을 받았으므로 이를 제외한 3천5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대법원 "소멸시효 판단 잘못"

대법원은 이런 항소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윤씨와 한씨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윤씨는 형사입건되지 않았고 한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볼 때 이 두 사람에 대한 불법감금이나 가혹 행위는 장 씨에 대한 유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장씨에 대한 재심 무죄 확정판결 전까지는 사실상 윤씨와 한씨가 독자적으로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윤씨와 한씨의 국가에 대한 소멸시효는 불법 구금에서 풀려났을 때가 아니라 장씨의 재심 무죄 확정판결 때부터 기산하는 것이 옳다”고 판결했다. 장씨에게 인정된 3천5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은 그대로 인정해 확정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