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방 나선 바이든 "미국이 돌아왔다"…동맹·백신 무기로 '중·러 포위' 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영국에 도착해 미 공군 장병과 가족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영국에 도착해 미 공군 장병과 가족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하기 위해 9일(현지시간) 영국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다. 
 
8일간의 유럽 순방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혀 다른 '바이든 표' 외교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연설에서 세계를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실제로 '주행 시험'해 볼 첫 기회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의미를 부여했다. 
 
최우선 목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흔들어 놓은 대서양 동맹의 전통을 되살려 미국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순방 목표가 뭐냐'는 기자 질문에 "동맹을 강화하고, 유럽과 미국이 단단하다는 것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에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영국에 주둔한 미 공군 장병과 가족 앞에 선 바이든은 "미국이 다시 돌아왔고,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 외교' 일정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 정상회담(10일)으로 시작해, 바이든이 독재 국가라고 부르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16일)으로 마무리된다. 그 사이 G7 정상회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촘촘하게 잡혀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주일 가까이 유럽 및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및 동반자 국가와 집중적인 협의를 한 뒤 푸틴 대통령과 만나게 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바람을 등에 업고" 미·러 정상회담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다자외교 무대에 복귀해 세계를 이끌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은 대규모 백신 지원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저녁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그램과 종식에 관한 노력을 주제로 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저개발국과 중진국 100개국에 화이자 백신 5억 회분을 기부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NYT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화이자와 백신 5억 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르면 10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신 기부는 국제 백신 배분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이뤄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나라도 백신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11~13일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인도·호주·남아공 4개국 정상이 특별 초대받았다. 경제 회복과 글로벌 세제 개편, 코로나19 대응, 기후 변화와 민주주의의 가치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기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별도로 만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은 현재는 예정돼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3일 바이든 대통령은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만난다. 14일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래 위협에 대한 동맹 간 연대와 효율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2014년 한 약속을 실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한 행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양자 회담도 예정돼 있다. 
 
15일 미국과 EU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상대 수출품에 경쟁적으로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고 동맹 강화를 확인하는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동맹 끼리 불필요한 무역 마찰을 거둬들이자는 취지다.
 
공개된 합의 초안에 따르면 양측은 항공기 제조업 지원을 둘러싼 관세를 철회한다. 미국은 2019년 75억 달러(약 8조3700억원)에 달하는 유럽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겼고, EU는 40억 달러(약 4조47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하며 불거진 무역 분쟁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 관세 이후 유럽은 미국산 버번위스키와 오렌지 주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관세를 매겼고, 미국은 유럽산 와인과 치즈에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언론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유럽 순방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에 친밀감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를 적성국(adversary)으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내 세력의 미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따져 묻겠다는 각오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3년 상원의원이 된 후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조지 HW 부시 대통령 이후 외교 경험이 가장 풍부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미군 장병 대상 연설에서도 "부통령과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100개국 넘게 방문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외교 왕' 바이든에게도 이번 유럽 순방 결과가 마냥 핑크빛이 아닐 수도 있다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포퓰리즘, 대가성 외교가 사라지고 바이든의 예측 가능한 외교가 돌아온 것을 다행스러워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이 생각하듯 '급부상하는 위협'으로 보진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