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시대에 듣는 곡” 나흘간 7시간 연주하는 노부스 콰르텟

한국 실내악단을 대표하는 노부스 콰르텟. 왼쪽부터 김재영ㆍ김영욱ㆍ이원해ㆍ김규현. [사진 목프로덕션]

한국 실내악단을 대표하는 노부스 콰르텟. 왼쪽부터 김재영ㆍ김영욱ㆍ이원해ㆍ김규현. [사진 목프로덕션]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75)의 교향곡 15곡은 역사의 기록이다. 10월 혁명을 기념하는 2번부터 독일군의 1941년 침공을 다룬 7번 ‘레닌그라드’, 12번 ‘레닌을 추모하며’ 등 그의 생애를 둘러싼 역사의 격변을 따라 15곡이 차례로 흘러간다.

 
쇼스타코비치는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의 현악4중주를 위한 곡도 교향곡과 똑같이 15곡 남겼다. 음악이 사회주의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탈린의 압박을 받았던 시기에 현악4중주 1번을 쓰기 시작해 말년인 74년 15번을 마지막으로 완성했다. 교향곡과 달리 이 15곡에는 별다른 부제나 설명이 없다.

 
2007년 결성된 현악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이달 16~19일 나흘 연속으로 15곡을 모두 연주한다. 각각 4곡, 4곡, 4곡, 3곡씩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들려줄 계획이다.

 
유례가 없는 무대다. 15곡을 모두 녹음하거나, 쉬는 기간을 두고 나눠 연주하는 현악4중주 팀은 있었지만 연속으로 모두 연주하는 일은 찾기 힘들다. 총 연주시간은 7시간에 달한다. 김재영도 “구글 검색으로 해외 사례까지 찾아봤어도 결과는 없었다. 세계 최초라는 말을 함부로 붙일 수는 없지만, 자주 할 수 없는 프로젝트는 맞다”고 했다.

 
그는 “독일에서 3번과 8번을 녹음하고 들어와 전 멤버가 같은 곳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쳤다”고 했다. 그 기간부터 집중적으로 15곡을 다듬고 있다. “워낙 어렵다. 곡도 많은 데다가, 비틀리고 꼬여있는 심리가 너무나 내밀하게 녹아있어서 파고들다 보면 정신적으로 지칠 정도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내적인 꼬임이 있다”고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를 설명했다.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심리가 음악으로 나와 있어서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부분부분마다 이건 어떤 마음일까 끝없이 유추하게 만든다.”

 
어려운 전곡 프로젝트를 지금 이 시기에 선택한 이유가 있다. “공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시작된 팬데믹을 쇼스타코비치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의 소련에 빗대었다. “소리없는 억압, 감옥 같은 시기…. 이런 것들이 이 15곡과 맞물리지 않을까 한다. 그 답답한 상황에서 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심리가 이 음악에도 있기 때문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김재영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현악 연주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뮌헨의 ARD 국제 콩쿠르 2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 받았고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빈 부직페라인, 위그모어홀 등에서 공연했다. 지난해에는 멘델스존 현악4중주 전곡(6곡)을 무대에 올렸다. 현재 멤버는 김재영ㆍ김영욱(바이올린), 김규현(비올라), 이원해(첼리스트)다.

 
김재영은 “원래 2020년을 노부스 콰르텟의 새로운 도약의 해로 잡고 있었는데 많은 공연이 취소됐다. 암스테르담 로열콘서트헤보우,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에서 데뷔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줄이은 취소 끝에 쇼스타코비치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겁은 났지만 꼭 몰아서 다 해야겠다 마음먹게 됐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 자체가 빛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전곡이 쭉 연주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한 작곡가의 여정을 공유하고 싶다. 연주 마지막 날 끝자락에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지, 연주하는 우리도 궁금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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