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귀’를 노린다, 코로나 뚫고 온 ‘사운드버스터’ 영화들

 
극도의 청각 공포를 세련되게 연출해 팬데믹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2'.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극도의 청각 공포를 세련되게 연출해 팬데믹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2'.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관객의 귀를 전율케 하는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의 시대가 도래한 걸까. 코로나19 침체에서 부활을 꾀하는 극장가에 극적인 음향효과를 앞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SF‧판타지 블록버스터만큼의 대규모 예산이나 스타 파워 없이 사운드로 힘을 발휘하는, 말하자면 ‘사운드버스터’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16일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 2018년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전 세계 3억 4000만 달러의 흥행(제작비 대비 20배)을 거둔 1편의 속편이다. 고도의 청각 능력으로 먹이를 찾는 괴생명체에 대항해 극적으로 살아남은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의 소리 없는 사투를 그린다. 코로나19로 닫혔던 극장들이 1년 여 만에 다시 문을 연 미국에선 지난달 28일 개봉 이래 3주 차에도 1위를 고수하며 지난 주말까지 1억899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는 돌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자, 지난해 2월 ‘수퍼 소닉’ 이후 1년4개월만이다. 
 
극도의 청각 공포를 세련되게 연출해 팬데믹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2'.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극도의 청각 공포를 세련되게 연출해 팬데믹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2'.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2편에선 주 무대를 낙후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의 폐공장으로 옮기면서 음산하고 위협적인 금속 철강 음의 효과도 배가됐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영리한 발상은 스크린에서 울리는 모든 일상의 소리를 불길하게 여기게 만드는 점. “찻잔에도 마이크를 설치하는 등 모든 현장음에 신경 썼다”는 제작진 말처럼 수퍼마켓에서 물건 잡아채는 소리, 개 짖는 소리, 하다못해 신발 끄는 소리까지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가 연기하는 딸 레건의 시점일 땐 전체 음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음향의 대비를 줘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과 ‘킹콩’(2005)으로 두 차례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을 수상한 에단 반 더 린, 그와 함께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을 함께 한 에릭 아달이 전편에 이어 다시 공동으로 음향작업을 맡았다. ‘스크림’ 시리즈에서 혁신적인 공포 영화 곡들을 선보인 마르코 벨트라미 음악감독이 영화의 주요 키워드가 되는 ‘비욘드 더 시(Beyond the Sea)’를 비롯한 복고풍 음악 선곡으로 쫄깃해진 심장을 어루만진다.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돌비 시네마'. 세계 13개국 250개 이상의 돌비 시네마를 운영해온 돌비의 첨단 영상 기술 ‘돌비 비전’과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차세대 프리미엄 영화관이다. [사진 메가박스]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돌비 시네마'. 세계 13개국 250개 이상의 돌비 시네마를 운영해온 돌비의 첨단 영상 기술 ‘돌비 비전’과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차세대 프리미엄 영화관이다. [사진 메가박스]

이 같은 사운드 위력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사 측은 아이맥스, 4DX, 수퍼4D,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을 비롯한 극장 관람을 적극 권하고 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1편보다 훨씬 음향 효과가 뛰어나 관객이 영화 속에 들어가 공포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며 “영화관을 위한 영화다. 꼭 영화관에서 봐달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익숙해진 ‘집콕족’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내려는 포석이다.
 
사운드를 비롯해 극장 관람에 최적화된 특수효과를 강조하는 개봉작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개봉해 열흘간 60만 관객을 끌어들인 공포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특히 4DX관에서 호평이 높다. 엑소시즘과 악령에 빙의된 사람들의 액션을 휘몰아치는 바람 효과 속에 덜컹대는 모션 체어로 실감 나게 전달한다. 극장 측도 이 같은 특수 체험을 겨냥한 기획전에 승부를 걸고 있다. 메가박스의 경우 7월 18일까지 ‘돌비 시네마 매니아’ 이벤트를 통해 상영 영화 관람 편수에 따라 다채로운 혜택을 제공한다. 제이슨 스타뎀 주연 ‘캐시트럭’을 비롯, ‘콰이어트 플레이스2’,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등이 대상이다. CGV에 따르면 올 최고 흥행작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경우 4DX의 객석 판매율(21%)이 일반관(12%)에 비해 9%포인트 높았고 ‘컨저링 3’도 4DX 객석 판매율(13.6%)이 전체 평균(9.3%)을 웃도는 등 특수관 선호가 뚜렷하다.
 
12년 만에 돌아온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모교'(감독 이미영)'. [사진 ktf]

12년 만에 돌아온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모교'(감독 이미영)'. [사진 ktf]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추격스릴러 '발신제한'. [사진 CJ ENM]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추격스릴러 '발신제한'. [사진 CJ ENM]

올 들어 관객 점유율 20%대로 쪼그라든 한국영화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서스펜스‧스릴러가 분위기 몰이에 나선다. 17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모교'(감독 이미영)는 12년 만에 돌아온 고전 공포물 시리즈 신작. '스카이캐슬'의 김서형이 과거의 기억을 잃고 모교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를, 신예 김현수가 학교 내 문제아 취급받는 하영을 맡아 세대를 넘어 교차하는 성(性)의 공포를 다룬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극적 설득력이 부족한 ‘과거의 비밀’이나 음향 및 녹음 완성도는 아쉬움을 준다. 조우진이 주연한 도심 추격 스릴러 '발신제한'(감독 김창주, 23일 개봉)과 ‘층간 소음’ ‘엘리베이터’ 등 일상의 아파트 괴담을 엮은 옴니버스 호러물 ‘괴기맨숀’(감독 조바른, 30일 개봉)도 뒤따른다.  
 
극장 특유의 사운드 파워는 뮤지컬‧음악영화에서도 발휘된다. 오는 30일엔 토니상 최고 뮤지컬상, 그래미 최고 뮤지컬 공연앨범상 등을 수상한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인 더 하이츠’(감독 존 추)도 개봉한다. CGV 집계 결과 팬데믹 이후 재개봉작 톱5 중엔 1위 ‘위대한 쇼맨’, 2위 ‘알라딘’ 4위 ‘라라랜드’ 등이 포진해 ‘빵빵한 음악 사운드’에 대한 관객 수요를 입증했다.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선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는 OTT 시대에 극장 관람이 이벤트화하는 현상이 가속화 할 것이라면서 “VFX가 더 많다거나 정서적인 보상을 주는 영화엔 극장 관객이 많이 가는 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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