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돈 없는데 분양?…경기도 "체납자 분양권 570건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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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업가 A씨는 건축물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 2억여원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 돈도 없는데 억울하다”며 수년간 납부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그 사이 A씨는 남양주시에 오피스텔 3채(23억원 상당)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가 분양권 거래를 전수조사해 A씨의 분양권을 확인하고 압류했다.
 

체납자 부동산 현황 조사했더니…체납액 100배 분양권  

경기도가 세금 체납자들의 부동산 분양권을 압류했다고 14일 밝혔다. 분양권 가격이 체납금액보다 높고 해당 부동산을 소유하려면 체납금을 낼 수밖에 없는 점을 노린 포석이다.
 
경기도는 도내 세외수입 및 지방세 50만원 이상 체납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부동산 거래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505명이 보유한 분양권(입주권) 570건을 확인해 압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이 소유한 분양권 570건의 가격만 2700억원으로, 체납자들이 내지 않은 세금 27억원의 100배에 달한다.
 
분양권은 부동산 소유권과 달리 공시제도가 없다. 거래가 이뤄져도 인지하기 어려워 체납처분집행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에 경기도는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신고정보를 통해 체납자들이 가지고 있는 분양권을 조회했다. 현행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계약 체결 시 30일 이내로 실제 거래가격 등을 신고해야 하고, 여기에는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거래(분양권이나 입주권)도 포함된다.
 

소유권 등기 이전하려면 체납금 낼 수밖에 없어   

조사 결과 체납자들이 몰래 가지고 있는 분양권의 존재가 속속 드러났다. “세금 낼 돈이 없다”며 지방세 2억원을 내지 않았던 B씨는 지난해 인천시의 한 신도시에 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 조합이나 시공사를 통해 소규모로 체납자의 분양권 소유 여부를 확인한 적은 있지만, 전국적으로 조사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세금 낼 돈이 없다’며 버티던 체납자라도 건물 준공 후 소유권을 등기 이전하려면 체납액을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경 경기도 조세정의과장은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체납자의 분양(입주)권을 압류하는 등의 방법으로 끝까지 체납액을 징수해 공평 과세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