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가 과천 시민?…부정 청약 천태만상

14일 오전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기획부동산 등 부동산 불법 투기 기획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14일 오전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기획부동산 등 부동산 불법 투기 기획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장애가 있는 A씨(83)는 지난해 말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지에 있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과천시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장애인 특별공급 가점 중 과천시 거주자 점수 15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A씨는 2016년 4월부터 의왕시의 한 요양원에서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양원에 입소하면 주민등록법상 살고 있는 요양원 주소로 전입 신고를 한다. 하지만 A씨의 아들 B씨(40대)가 아버지가 살던 임대주택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몇 년간 매달 35만원의 임대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에야 이 임대주택 계약을 해지했다. 아버지의 주소도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부정 청약 당첨자 176명 적발 

위장 전입 등 부정한 방법으로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들이 무더기로 경기도에 적발됐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과천지식정보타운 청약에 당첨된 이들을 대상으로 부정 청약 등 위법 여부를 조사해 176명을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이 얻은 시세차익만 1434억원에 달한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지난해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5개 아파트 단지에서 2849가구를 모집했는데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평균 청약 경쟁률이 241대 1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경쟁률은 458대 1, 특별공급은 95대 1에 달했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데다 인근 시세의 절반 가격인 7~8억원대에 분양되면서 당첨자들은 10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 청약에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C씨(28)는 노부모부양 특별공급으로 분양받기 위해 전북 익산시의 한 요양원에 사는 외할머니(85)를 2017년 1월부터 자신이 모시는 것처럼 거짓 전입 신고해 청약에 당첨됐다.
 
성남시에 사는 D씨는 과천시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물량을 청약하기 위해 2014년 12월 과천시에 사는 친척 집에 세대주로 위장 전입했다. 실제로 사는 집은 성남시지만 주소만 과천시민으로 등록한 것이다. D씨는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청약해 과천시 거주자에게만 주어지는 우선 공급분 30%에 당첨됐다.  
 
부정 청약으로 적발된 176건 중 일반 공급은 87건, 특별 공급은 89건의 부정 청약이 적발됐다. 
기획 부동산과 부정 청약 등에 사용된 서류. 경기도

기획 부동산과 부정 청약 등에 사용된 서류. 경기도

 
위장 전입, 허위 청약서류 제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 당첨된 것으로 확인되면 주택법 위반으로 공급계약 취소된다. 위약금으로 계약금액의 10%를 시행사에 지불해야 한다. 또 청약 자격 10년 제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경기도는 이번에 적발된 176명이 당첨된 아파트 모두 계약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6억원 부당이득 챙긴 기획부동산 업자 2명도 적발

특사경은 또 시흥·평택 일대 토지 11필지(1만1426㎡)를 18억원에 사들인 뒤 135명에게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44억원에 땅을 판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2명도 적발했다. 이들은 주부와 청년 등 30여명의 상담사를 고용해 "주변에 카지노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거짓 홍보하도록 한 뒤 상담사 주변 인물에게도 땅 구매를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자격·무등록 부동산 중개자는 부동산중개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사경은 적발한 부정청약자와 기획부동산 업자 178명 중 17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79명을 형사 입건했다. 82명은 수사 중이다.
김영수 특사경 단장은 "과천지식정보타운 외에도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남양주, 의정부 등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 청약 수사를 확대하고 기획부동산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