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일 회담 불발 놓고 '헤이그' 소환…스가 "韓 약속 어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별도 회동이 불발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콘월, G7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글에서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ㆍ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그러나 두차례에 걸쳐 각각 1분 내외의 짧은 대화만 있었을 뿐 공식 또는 약식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ㆍ일 회담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한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두가지 역사적 사건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며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와 포츠담 회의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와 관련해선 “일본의 외교 침탈을 알리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헤이그에 도착한 이준 열사는 회의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고, 1945년 남북 분단이 결정된 포츠담 회의에 대해선 “우리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강대국들간의 결정으로 우리 운명이 좌우됐다”고 했다.
 
이중 헤이그 특사 파견은 고종이 1905년 맺어진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다가 실패한 일을 지칭한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선 “한ㆍ일 관계 경색의 책임이 과거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부에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G7 정상회의가 개막한 11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앞 줄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섰다. 뒷줄은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 로이터=연합]

G7 정상회의가 개막한 11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앞 줄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섰다. 뒷줄은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 로이터=연합]

문 대통령은 헤이그 관련 언급 직후엔 “이제 우리는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나라와 지지와 협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스가 일본 총리는 회담 불발의 책임을 한국측에 넘겼다.
 
그는 G7 정상회의 직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ㆍ일 회담 불발의 원인과 관련 “나라와 나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럴 환경은 아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이어 “한국 측의 움직임 때문에 한ㆍ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징용 및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스가 총리도 “(문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서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 바비큐(만찬) 때도 인사하러왔다”며 한ㆍ일 정상간 두차례 짧은 조우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일본 방송 ANN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 만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 ANN 방송화면 캡처]

일본 방송 ANN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 만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 ANN 방송화면 캡처]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스가 총리가 자국 기자단을 상대로 했다는 말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ㆍ일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데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G7을 확대 개편하는 데 일본이 반대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G7을 G10 또는 G11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논의나 제안이 없었다”며 이러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오스트리아=공동취재단,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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