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바람, 기존 대선구도 흔드나…여권 빅3 일제히 이준석 견제 나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 중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여론조사가 하나 있었다. 이준석 당시 당 대표 후보가 지지율 4위(3%)를 기록한 4일 한국갤럽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였다.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은 만 40세 이상부터 갖기 때문에 36세인 그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조사에서) 저는 빼달라”고 했지만, 5060세대가 주류인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감지됐다.
 
전문가들은 “‘이준석 돌풍’이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쪽 진영에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을 세우란 건데, 정치권이 반응을 안할 수 없다”며 “회오리 바람이 대선정국에 영향에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곤 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도 “젊은 층이 정치 주체가 됐다”며 “정권 교체에 청년들 힘이 필요하단 걸 인식한 국민의힘 기성 지지층도 그들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자’ 저격한 하태경, ‘롤린’ 춘 박용진이 뜨는 이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1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여야 소장파 대선주자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이준석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실시한 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97세대’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뒤를 이어 여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야권 적합도 조사에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박용진ㆍ하태경 의원은 2030세대와 친화력이 있는 정치인들이다. 하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부터 워마드 폐쇄법, 알페스 처벌법 등 온라인 상 이슈부터 BTS 병역특례 추진 등 2030 남성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슈를 꾸준히 파고들었다. 박 의원도 남녀평등복무제 주장, 조국 사태 비판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최근 10대, 20대가 주로 사용하는 ‘틱톡’에 역주행으로 화제가 된 아이돌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을 추는 영상을 올려 7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이 여야 대선구도의 기존 틀을 뒤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더라도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부상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준석이 쏘아올린 능력주의·젠더갈등이 대선 화두로

현장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기성세대에 비해 이념ㆍ지역ㆍ계파 구도가 약한 2030세대를 겨냥해 대선주자들 간 어젠다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준석 대표도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념 구도에서 어젠다 중심 정치로 정치 문법이 넘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20대는 진보적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젠다를 찾는 치열한 노력이 벌어질 것”이라며 “단순히 ‘너네 뭐 해줄게’ 정도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정치권에선 이준석 대표가 쏘아올린 ‘능력주의’, ‘젠더 갈등’ 등 2030세대와 밀접한 이슈에 대해 각 대선주자가 활발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2일 열린 ‘신복지 포럼’ 강연에서 즉흥적으로 대본에 없던 ‘능력주의 공격’을 펼친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어떤 분(이준석 대표)은 능력대로 경쟁하자고 주장하시고 제1야당 대표가 됐다”며 “능력에 맞게 경쟁하는 것은 옳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세상이 이뤄지면 격차가 한없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이나 청년ㆍ여성 우대조항 반대를 보면 생체 연령하고 생각이 매치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이 대표에 대해 “정치적 입장이 적대와 균열, 대립을 에너지 삼아 적대를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면 그게 곧 ‘극우 포퓰리즘’이 되고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몸집이 커진 2030세대와 기성세대 간 세대갈등 조율이 내년 대선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진곤 전 경희대 교수는 “젊은 층이 기성 세대에게 변화를 요구하면서 세대 간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대선주자들도 세대 간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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