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미국 기업들 “고 사우스”…뜨는 텍사스, 지는 뉴욕

[더,오래] 해외이주 클리닉(12) 

코로나 사태가 1년 이상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2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다른 주나 도시로 영구 이주했다. 지역별로는 러스트벨트에서 선벨트 지역으로 인구 이동이 눈에 띈다. 사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어 왔다. 지난 15년간 일리노이에서는 10분마다 한 사람씩 떠나갔다고 한다.
 
러스트벨트란 1960년대 일리노이, 미시간, 뉴욕주가 속하는 미국 오대호를 따라 산업이 발전한 도시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붙여진 별명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남부에 위치한 애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 캐롤라이나 지역은 선벨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들어 러스트벨트가 왠지 낡고 황폐한 느낌이 든다 해 블루벨트, 그린벨트, 혹은 워터벨트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러스트벨트는 집값이 비싸고, 세금이 높고, 북쪽에 위치해 겨울이 춥다. 선벨트는 집값과 세금이 저렴한 편이고, 따뜻한 기후다.
 
미국에서 인구 이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사태다.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업은 굳이 비싼 비용을 감내하면서 대도시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미국에서 인구 이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사태다.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업은 굳이 비싼 비용을 감내하면서 대도시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최근의 인구 이동 현상은 비단 러스트벨트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사무실 렌트비가 가장 비싼 도시는 뉴욕시와 샌프란시스코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투자용 렌트 부동산 구매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도 이곳이었다. 그런데 그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2021년 2월 현재 사무실 공실률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16.7%, 뉴욕시는 15.1%에 달했다.
 
이 지역들은 사무실 임대료뿐 아니라 세금과 주거비, 생활비도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왜 계속 붐비고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기업들이 도시의 편리한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대도시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직장 근처에 거주지를 마련하게 된다.
 
미국 우체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0만 이상의 인구가 대도시를 떠났으며, 이중 가장 인구 이동이 두드러진 도시는 뉴욕이다. 이동한 사람들의 25%는 임시로 옮기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들이 훗날 다시 떠났던 도시로 정말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가장 많이 인구가 빠져나간 도시는 맨해튼(뉴욕, 11만명 이상), 그다음은 브루클린(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순이다.
 
인구 이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사태다.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업은 굳이 비싼 비용을 감내하면서 대도시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많은 기업과 개인이 대도시의 삶, 무엇보다 비용 부담에 버거워하고 있었다. 이젠 선택의 순간이다.
 
컨설팅 회사인 웨스트몬로의 설문에 따르면 대도시에 위치한 기업들의 25%는 이전을 고려 중이며, 4%는 이미 이전했다고 답했다. 기업들 30%가 본거지를 옮긴다는 것은 상당한 사회, 경제의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이들 기업이 이전하려는 이유는 고비용(인건비, 비용) 39%, 세금 21%, 부동산 16%, 규제 8%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원격근무를 할지 아닐지 여부이다. 설문 조사 결과 43%의 기업은 원격과 현장근무를 병행하고, 38%는 현장근무를 주로 하되 원격근무를 일부 채택하고, 9%는 원격근무 위주로, 9%는 전부 현장근무, 그리고 1%만이 전부 원격근무로 결정했다고 대답했다.
 
작년부터 가장 많은 인구 유입이 발생한 주는 텍사스다. 실리콘밸리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휴렛팩커드와 오라클을 비롯해 애플, 테슬라, 드롭박스 등 굴지의 테크 기업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를 새로운 본부로 선택했다. 찰스 스왑사도 CBRE도 텍사스로 이사 왔다. 2020년 한 해 동안 65만3000 명의 인구가 캘리포니아를 떠났으며, 이 중 8만2000명이 텍사스로 이주했다.
 
코로나 사태가 인구 이동을 촉발했지만, 텍사스 휴스턴이 속해 있는 해리스 카운티는 전국에서 5번째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2021년 1월까지 약 25만 건) 곳이다. 다른 이유가 있다. 텍사스는 부동산 보유세는 높은 편이지만(평균 1.69 %),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9개 주(알래스카, 플로리다, 네바다, 뉴햄프셔, 사우스 다코다, 테네시(테네시는 2021년에 투자 소득 비과세 시작), 워싱턴과 와이오밍 중 하나다.
 
텍사스 소재 부동산 회사인 렌트 카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텍사스의 달라스, 휴스턴, 오스틴, 산 안토니오 중심으로 50만여 호의 아파트가 공급되었으며, 현재도 12만6900호가 추가로 건설 중이다. 텍사스의 프리스코에도 많은 아파트가 공급되었다. 휴스턴에는 고가의 럭셔리 아파트 건물로 분류되는 유닛이 18만6300호가 준비되어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정치인들이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 한 기업과 고임금의 화이트 칼라 인력은 계속 떠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세수의 급감을 초래하리라는 예상이다. [사진 unsplash]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정치인들이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 한 기업과 고임금의 화이트 칼라 인력은 계속 떠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세수의 급감을 초래하리라는 예상이다. [사진 unsplash]

 
무엇보다 캘리포니아의 기업들을 겁먹게 한 것은 거의 의회를 통과될 뻔한 ‘15번 법령(Proposition 15)’이다. 이 법령이 통과되면 많은 상업용 부동산은 현 시장 가격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내게 되어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또한 부유세 과세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인 분위기에서 비단 큰 기업뿐 아니라 작은 사업체도 대거로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있다.
 
뉴욕에 그 본부를 두고 있던 크레딧 스위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바클리즈, UBS, 씨티 그룹, 얼라이언스 번스틴 등 대기업도 줄지어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솔트 레이크 시티, 달라스, 내슈빌 등지로 그 중심을 옮겨 갔다. 뉴욕시는 유지비도 비싼 데다 기업에 호의적인 정책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학교와 기업은 예고도 없이 문을 닫고, 경찰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여 치안도 전과 같지 않다. 반면, 이주해 간 남부의 주들은 따뜻하고, 친기업적 환경을 제공하며, 심지어 주 소득세가 낮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재계에서는 곧 플로리다주가 뉴욕 월가의 제2의 고향이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정치인들이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 한 기업과 고임금의 화이트칼라 인력은 계속 떠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세수의 급감을 초래하리라는 예상이다. 그러면 학교와 치안은 물론 도시의 삶의 질은 격하될 것이며, 더 많은 사람이 그 도시를 떠날 것이다. 이쯤에서 1970년대 암울했던 뉴욕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역사도 순환한다. 미국 역사에서 남북 전쟁을 기점으로 그 중심이 남에서 북으로 몰려갔다. 혹자는 어쩌면 지금이 그 변화의 시기 일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 붐을 맞고 있는 남부의 도시들이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이룩한 세계 최고의 산업과 문화의 인프라에 버금가는 환경을 기존의 낮은 세율을 유지하면서 단기간에 이룩해 낼 수 있을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지영 미국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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