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괴물로 만들었다” 선처 호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임하며 정치 관여 및 예산 유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려는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이날 원 전 원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재판부에 “제가 일하는 동안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 전 원장은 “(검찰이) 저를 괴물 비슷하게 만들었다”며 “수사도 수십 번 했고 재판만 백몇십번을 받았다,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2013년 7월부터 종합 건강검진을 한 번도 못 받고 있다”며 “건강한 몸으로 (재판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매일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되는 보고서의 양이 많고, 원 전 원장이 일상적 업무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등의 취지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등을 진행한 뒤 오는 8월 파기환송심 변론을 종결할 계획임을 밝혔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고자 예산을 사용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혐의를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 중 일부가 2심에서 무죄 및 면소 판결이 내려진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