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마다 카톨릭 소환...'디모테오'文의 숨은 코드 '교황 방북'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Sagrada Fam?lia)을 방문해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Sagrada Fam?lia)을 방문해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스페인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일정은 가톨릭 성당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을 찾아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유흥식 라자로 대전교구 주교께서 한국 가톨릭 성직자 중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되는 경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후안 호세 추기경은 “대통령님을 만나고 나서 기도의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대통령 가족과 한국 가톨릭 신자를 위한 기도가 그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교황 방북, 그날 곧 올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한 뒤 함께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한 뒤 함께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 때마다 가톨릭 인사를 만나는 일정을 잡았다. 문 대통령이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톨릭 인사를 만나 교황 방북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에게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다”면서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했을 땐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월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남북 경색으로 조용해진 교황 방북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 방북은 문 대통령이 이탈리아 교황청을 방문한 2018년 10월부터 추진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 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했다. 하지만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며 북한의 공식 초청은 없었다.
 
지난 11일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은 교황 방북이 다시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이 정도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교계에선 유 대주교가 교황 방북 추진 과정에서 교황청과 한국 정부 사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 대주교도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축전을 받은 뒤에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북한 방문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져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이 필요한 북한, 국경 열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고산군의 사진을 실었다. 고산군 주민들이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문구 앞에서 방역에 나서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고산군의 사진을 실었다. 고산군 주민들이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문구 앞에서 방역에 나서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교황 방북의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북한이다. 교황청에 초청장을 보내는 등의 긍정적 신호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다만 교황이 백신 나눔 운동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한 북한에 이 운동이 교황에게 국경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4일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백신으로 세계가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이고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돼 교황 방북 성사를 위한 최적의 여건이 만들어졌다”며 “코로나 극복 문제가 보편화되는 올여름쯤이면 교황 방북 (여건)도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스페인(바르셀로나)=공동취재단, 서울=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