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 ‘항암제 기대주→미운 오리’ 기술 수출 반전 카드 나올까?

코스닥 시가총액 100위 종목 중 25개는 바이오 종목입니다. 4분의 1이 한 업종이니 대단한 일이죠. 그만큼 투자자의 기대가 큽니다. 많은 이가 대박을 기대하지만, 실패를 맛본 투자자가 적지 않죠. 신라젠 사태는 지금 돌아봐도 큰 충격. 확률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항암제만 해도 임상 개시 후 최종 허가까지 통과할 확률이 5% 전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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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성공할 것’, ‘여기에 내 모든 걸 건다’ 이런 투자는 안 됩니다. 일희일비 역시 안 됩니다. 신약의 개발 기간은 보통 10년 전후. 투자자는 본인이 어느 시점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죠.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소액으로, 장기간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큰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은 주가가 주춤한 신약 개발 업체 한 곳을 둘러볼게요. 메드팩토입니다.
메드팩토는 바이오마커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 유전자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 어떤 병에 걸렸다고 알려주거나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몸의 흔적 같은 거죠. 암 종류에 따라 특정한 약을 쓰는 게 전통적인 치료법이라면 최근엔 개인별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에 따라 맞춤형 치료제를 쓰는 쪽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 중.
 
항암제는 이미 많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습니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가 기본적인 치료법이지만 내성을 피하기 어렵고, 재발률도 높죠. 최근엔 종양 주변의 환경을 조절해 암세포의 성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진화. 이렇게 환경에 개입하는 치료제를 기존 항암제와 함께 쓰는 병용요법 연구가 활발해진 것도 최근의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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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치료제가 암세포와 싸우러 가는데, 그걸 방해하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걸 차단하는 B라는 약을 함께 쓰는 거죠. 메드팩토의 개발 포인트가 바로 B입니다. 암이 무서운 건 암의 성장이나 전이를 촉진하고, 면역 활동을 억제하는 물질을 스스로 분비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TGF-β’. 조직 기질세포에 작용해 일종의 벽을 생성하는데 그러면 항암제나 면역세포가 암 조직에 침투하는 게 어려워지죠. 아주 고약한 놈. ㅡㅡ;
메드팩토 항암제 파이프라인 중 핵심은 ‘백토서팁’, TGF-β가 마음껏 활동하지 못하도록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백토서팁이 길을 막고 있는 것들을 해치우면 기존 항암제가 더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컨셉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백토서팁은 암의 종류와 무관하게 모든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함께 썼더니 효과적이더라’는 것만 입증되면 활용범위가 엄청 넓은 거죠.
 
출발선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은 건 당연. 상장 전에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고, 2019년 12월 상장 당시 3만원대에 출발한 주가는 9월 13만원대까지 수직 상승. 매출액 0원인 회사란 걸 고려하면 얼마나 기대가 컸는지 알 수 있죠. 지난 연말에도 7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포함해 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 당분간의 실탄도 확보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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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초부터 주가가 꺾이기 시작해 40%가량 하락. 현재 6만원대. 백토서팁처럼 TGF-β 억제제인 M7824(머크&GSK)가 비소세포폐암, 담도암 임상에서 연이어 실패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시간은 자꾸 가는데 비슷한 약이 실패한 거니 불안감이 커진 거죠. 2분기 뚜렷하게 나타났던 바이오 소외도 하락을 부채질.
성공을 점칠 단계는 아니지만, 실패로 단정 지을 시점 또한 아닙니다. 진행 상황만 보면 ‘여전히 기대는 유효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인데요. 백토서팁은 현재 10개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 MSD의 면역치료제 키트루다와 병용해 비소세포폐암과 대장암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와 병용해 비소세포폐암과 방광암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메드팩토는 이달 초 ASCO(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MSS형 대장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백토서팁-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 1b·2a상 중간 분석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대장암은 MSI형과 MSS형으로 구분. 전체 환자의 86%를 차지하는 MSS형은 면역항암제를 단독 투여할 땐 치료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같이 쓰면 효과가 있을지 시험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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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긍정적! 객관적 반응률(ORR, 일정량 이상 종양이 줄어든 환자의 비율)이 16%(키트루다만 썼을 경우는 0%). 진행 중인 MSS형 대장암 치료 연구 대부분 ORR이 한 자릿수에 머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있다는 평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도 15.8개월로 경쟁 치료제 중 가장 길었는데요. 역시 기존 유사한 연구와 비교할 때 2배 정도 연장된 겁니다.
백토서팁 임상 현황. 메드팩토

백토서팁 임상 현황. 메드팩토

올해 3월 노무라증권은 메드팩토의 목표 주가를 14만원으로 제시했는데요. 당시 ASCO에서의 대장암 임상 결과가 좋으면 신약으로 출시될 확률이 5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 하지만 엄청난 자금과 인프라가 필요한 3상을 메드팩토가 자체적으로 진행하긴 어렵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글로벌 제약사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이 현실적 방법.
메드팩토는 면역세포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 BAG2를 표적으로 한 MA-B2(항체치료제), 전이와 재발을 예측하는 진단제품(MO-B2) 같은 차세대 후보도 보유 중. 하지만 이건 아직 멀었고 당장은 백토서팁 기술 수출 소식이 필요할 듯. 설립 후 내내 이어온 ‘매출 0원’ 신세를 벗어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암으로 무대를 넓히는 계기란 점에서 몸값이 더 뛸 수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어차피 신약은 믿음을 먹고 자라는 것. 단 소액으로. 
 
이 기사는 6월 18일 발행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