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들 앞세우고 맨 뒤 섰던 구조대장···동료들은 고개 숙였다

경기도 이천시 쿠팡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 중 순직한 광주소방서 김동식(52) 구조대장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9시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다. 김 구조대장의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고인에게 지난 18일자로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고 20일 밝혔다. 

20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과 동료 소방관들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과 동료 소방관들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 추서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내외빈,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장의위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맡는다. 도는 21일까지 하남 소재 마루공원장례식장에 고인의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고 김동식 소방령은 지난 17일 발생한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현장에 출동해 연소확대 저지 및 인명 수색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돼 48시간 만에 안타깝게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 1994년 4월 고양소방서에서 소방조직에 투신해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27년간 재직하며 소방서장 소방행정유공상과 겨울철 재해예방유공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 각종 표창을 받은 바 있다.  
김동식 구조대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구조대원들과 훈련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

김동식 구조대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구조대원들과 훈련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

장의위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맡아  

구조대장인 김 소방령은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쯤 현장을 수색하고 내부 진화를 위해 물류센터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소방대원 4명과 함께였다. 이날 오전 8시 19분 큰불이 잡히면서 현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김 소방령과 동료들이 건물 지하 2층으로 진입한 순간 선반에 있던 물품들이 쏟아져 내렸다. 내부에 쌓인 가연 물질이 무너져 내리면서 불길이 거세졌다. 현장 지휘부는 무전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20분 뒤 대원들이 밖으로 나섰지만 김 소방령은 보이지 않았다. 대원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 있던 김 소방령이 화마를 벗어나지 못한 채 고립된 것이다.
 
동료들은 김 소방령을 구조하려 했지만 거센 화염 탓에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김 소방령은 5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실종 48시간 만에 안타깝게 숨진 채 발견

소방당국은 불길이 잦아든 19일 오전, 마침내 건물 안전진단을 거쳐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실종된 지 약 48시간만인 19일 오전 10시 49분 구조대장은 결국 시신으로 동료들에게 돌아왔다. 그의 마지막 위치는 실종됐던 건물 지하 2층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교대로 불을 끄고 잠시 쉬면서도 물류센터 건물 앞을 지키던 동료들은 구급차가 밖으로 나오자 모두 고개를 숙였다.
 
김동식 소방령은 27년간 고양·하남·양평·용인소방서 등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팀 등을 거친 베테랑이다. 아내와 20대인 아들과 딸 남매를 둔 그는 평소 소방관이라는 일에 자부심이 강했다고 한다. “소방관은 튼튼해야 한다”는 본인의 신조에 따라 쉬는 날에도 산에 오르고 자전거를 타는 등 체력 관리도 잊지 않았다.
 

“힘든 일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한 소방관”  

지난해 용인 양지 SLC 화재현장에서도 어깨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현장 근무를 자처했다. 동료들은 그를 현장에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한 소방관으로 기억했다. “현장 업무에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업무 외엔 자상했다”는 게 동료 소방관의 말이다. 광주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끝까지 생존할 거라 기대했는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 시신을 찾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익진·최모란·심석용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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