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때리는 與, 대거리하는 이준석···득실 따져보니

송영길 대표는 지난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억지로 까는(억까) 소모적 정치를 이제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 대표를 대하는 실제 태도는 송 대표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연일 ‘이준석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지도부ㆍ대선주자ㆍ민주연구원장 할 것 없이 모두 나서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강남갑 당원협의회(위원장 태영호 의원)에서 기획했던 '청국장, 청년이 바라는 국민의힘 소통의장' 프로젝트에 이 대표가 참여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뤄졌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강남갑 당원협의회(위원장 태영호 의원)에서 기획했던 '청국장, 청년이 바라는 국민의힘 소통의장' 프로젝트에 이 대표가 참여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뤄졌다. 임현동 기자

與 답변 촉구→李 즉각 응수→與 집중 비판 패턴 반복

 
첫 포화를 날린 건 윤호중 원내대표였다. 이 대표 당선(11일) 사흘 만인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원내대표는 “새 야당 지도부는 수술실 CCTV 설치법, 포털 공정화, 미디어바우처법 도입 등 입법 과제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며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러자 이 대표는 불과 3시간 만에 답을 내놨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규명을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순기능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좀 더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이 대표가 특유의 즉각적 반응으로 논쟁에 뛰어들자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 파상 공세를 폈다. “기득권의 편에 서서 반대한다면, 그런 청년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14일 김남국 의원), “절대 강자인 의사에게 힘을 더 보태는 것이 ‘이준석의 공정’인가”(15일 강병원 최고위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 1위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15일 페이스북)라며 가세했다. 
 
이에 이 대표는 15일 저녁 “(수술실 CCTV 설치에 신중하자는 입장을 갖고,) 민주당은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해서 정치하실 건가”(페이스북)라고 재차 맞섰지만 “수구 꼰대 기득권 논리(에 있는 것 같다)”(18일, 노웅래 민주연구원장)라는 비판은 계속됐다.
 
차별금지법을 두고도 민주당과 이 대표 사이엔 ‘답변 촉구→즉각 응수→집중 비판’의 패턴이 반복됐다. 지난 16일 민주당판 차별금지법인 ‘평등법’ 발의 기자회견장에서 권인숙 의원은 “이 대표가 공정을 내세우는데, 가장 밑바닥의 반인권적인 차별과 혐오의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하루 만인 17일 “원칙론에 공감하지만,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 시기상조”라고 선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시기상조 운운하는 것은 많이 보아 온 구태”(이상민 의원), “얼마나 더 논의해야 하는 것인지 말씀해 달라”(박주민 의원)는 비판의 봇물이 터졌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흔들기 위해 병역관련 의혹을 다시 꺼내들었을 때도 전개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김용민 최고위원이 “산업기능 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지원 자격이 없는 국가사업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3시간 만에 “이미 10년 전에 끝난 이야기”(페이스북)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공당의 대표라면 본인의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고 쟁점을 피해 가지 말고 확실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물고 늘어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중앙포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중앙포토

이날 민주당이 공식 유튜브까지 동원해 이 의혹 확산에 나서자 이 대표는 “억까(억지로 까기)하지 말자면서요”(페이스북)라고 항의했다. 민주당은 결국 영상을 내렸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부럽지 않다”는 말의 역설…“李, 자충수 빠질 수도” 우려도

 
민주당이 이준석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건 긴장감의 발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저희는 (이준석 현상이) 부럽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다”고 했는데, ‘이준석 현상’이 국민의힘의 2030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 대표가 최근 잇딴 호남행으로 민주당 텃밭까지 공략하고 나서자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논쟁을 회피하지 않는 이 대표의 응전은 양날의 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자기 주장을 가감 없이 밝혀 주목을 끌어온 이 대표의 스타일을 역이용하고 있다”며 “개인적 소신을 앞세운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