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선두 英 하루 1만명 확진…"2차 접종 속도내고 방역 긴장 유지해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와 야외 노(No) 마스크 등의 백신 접종 혜택이 다음달부터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백신 접종 선두국에서 연일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 경고음이 나오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결코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8일 영국에서 1만287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신규 환자 규모가 넉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성인 인구의 80% 가량이 적어도 한 차례 백신을 맞았고 2차 접종까지 끝낸 이들이 60%에 달하는 데도 1만명대로 환자가 속출하는 건 봉쇄 조치를 완화하는 시점에 전파력이 알파(영국발) 변이보다 60% 센 델타 변이가 확산한 영향이 큰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영국 신규 환자99%는 델타 변이 감염자다. 
19일 영국 런던 북서부 지역에서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 서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9일 영국 런던 북서부 지역에서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 서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은 2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영국의 델타 감염자는 5만3163명로, 이 가운데 미접종자가 66.8%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최소 2주 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7.7%에 불과했다. 특히 젊은층의 미접종자가 델타 변이에 취약했다. 가디언은 “2차 유행을 촉발했던 작년 가을과는 (감염 양상이)전혀 다르다”며 감염병 전문가를 인용해 “젊은층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젊은이들에게 델타 변이는 위험한 변이라며,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은 신규 환자의 10%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전문가들은 8월까지 델타 변이가 미구의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PHE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 대한 보호 효과는 1차 접종 시 아스트라제네카(AZ) 30%, 화이자 36% 정도다. 2차 접종까지 완료했을 때는 AZ 67%, 화이자 88%로 오른다. 1차례 접종했을 때 예방 효과는 다소 떨어져도 중증 예방 등의 효과는 높다고 알려져 있다. PHE 자료에서 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델타 변이에 감염돼 입원한 806명을 봤더니 10명 중 7명가량(65%, 527명)은 미접종자였다. 한 차례 접종 후 3주(21일) 이상 지난 이들이 17%(135명), 두 차례 접종 후 14일 경과한 이들은 10% 가량(84명)이었다. 
 
국내 접종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 20일 기준 1차 접종자는 1501만245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의 29.2%가 한 차례 접종했다. 하지만 2차 접종률은 7.9% 수준에 그친다. 다음달부터는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늘리고 영업제한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거리두기가 시작된다.  20~50대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이전 개인 접촉이 늘면서 확산 위험을 높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접종자 대상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혜택도 적용된다. 
 
전반적으로 방역 긴장도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변이가 확산하면 환자가 크게 늘 수 있다. 국내에서 지난 12일까지 확인된 변이 감염자는 1964명으로, 알파(1663명) 감염자 다음으로 델타 감염자(155명)가 많다. 또 유전자 분석 건수 대비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검출률은 30% 이상 수준을 유지해 이미 환자 3명 중 1명꼴로 변이 감염자다.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와 접종의 레이스(경주)에서 변이가 앞서게 되면 환자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며 “1차 백신 접종 만으로도 중증,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되는 게 사실이지만 변이 감염을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에 2차 접종을 빨리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완화 조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2차 접종자에서 백신의 효과는 유효하지만 1차 접종자에서 충분치 않다. 안타깝게도 2차 접종 완료율은 아직 많이 낮다”며 “현 시점 우리의 방향을 알려준다. 방역 완화보다 2차 접종률 증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고위험군 접종이 완료될 때까지 거리두기 개편 등의 완화 조처를 몇 주간 미루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개편 적용을 미룰 수 없다면 긴장도가 풀어지지 않도록 초기 단속을 잘하고 변이 바이러스 모니터링에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정부는 영국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건 아니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영국은 식당, 카페, 주점 등의 운영을 전면차단한 상태의 강력한 봉쇄정책을 취하다가 예방접종이 진행되며 시설 운영을 재개했다. 방역적 긴장감이 함께 이완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일상적 활동이 가능한 상태에서 더 완화된 형태로 거리두기 체계를 이완시키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긴장감이 해이해지거나 개인 간 접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국자에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토록 하고 입국 전후로 3차례의 PCR 검사를 하는 등 변이 바이러스 차단에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