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연기로 쪼개진 與, 의원총회 전면전…송영길, 결단 임박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원팀’을 외쳐온 더불어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 연기 여부를 둘러싸고 둘로 쪼개졌다. 대통령 선거일을 260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다. 

 
22일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 66명이 요구해 개최됐다. 당초 1시간 30분으로 예상됐던 회의는 양측이 격론을 벌이면서 3시간이나 이어졌다. 연단에 오른 토론자는 모두 24명으로, 나흘 전 열린 부동산 정책 의총 때보다 열기가 더 뜨거웠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논의한 부동산 의총 때 발언자는 11명이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 시작 전 “질서 있는 토론, 서로 집단적 지성이 발휘되는 의원총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는 ‘질서 있는 토론’보단 전면전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 10여명이 작전이라도 짠 듯 우르르 발언을 신청했고, 이에 ‘연기 반대’측이 맞대응하면서 회의가 길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실 새로운 주장이나 논거는 없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다수라는 걸 증명하려는 듯 발언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9월 대선후보 선출은 필패? 

 
회의 시작부터 공개 여부를 둘러싼 기 싸움이 시작됐다. 5선의 설훈 의원과 3선의 김민석 의원이 잇따라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는 원래 공개가 원칙”이라며 회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결국 의총은 관례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주된 쟁점은 대선 후보를 당헌에 규정된 원칙대로 ‘대선 180일 전’인 9월에 선출하는 게 유리한지 아닌지였다. 경선 연기를 주장해 온 홍기원 의원은 “코로나 집합금지에 휴가철인 7~8월에 경선을 진행하면 국민께 무슨 감동을 주겠나”라며 “우리가 앞서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당 지지도는 바닥이고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안일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재명 지사 측 김병욱 의원은 “이준석 당대표 선출이 마스크를 벗고 했던 경선인가”라고 되물으며 “마스크를 쓰고 진행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주목받는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찬반을 떠나 각자의 입장을 밝힌 의원들도 있었다. 소병철 의원은 “당무위원회에서 연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로 발언했으며, 이탄희 의원은 “국민은 쇄신을 요구하는데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당이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경선 연기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 역시 “경선 때는 당원들 의사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민심과 어긋나는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론을 펼쳤다.
 

‘상당한 사유’ 놓고 설전…송영길 “오늘 결론”

 
기술적인 쟁점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당헌상 경선 연기 사유에 해당하느냐 여부였다. 민주당 당헌 제88조 2항은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마스크 쓰고 경선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지만, 반대 측에선 “이 당헌을 마련하던 지난해 8월엔 코로나19가 없었느냐”고 반박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선 연기'를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2/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선 연기'를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2/뉴스1

찬반 토론이 끝난 뒤 연단에 오른 송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도부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논의하겠다”며“오늘 오후 최고위서 결론 내리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또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해 당헌·당규를 고칠 당시 당 대표 선거에 나왔던 사람들 사이에 의견을 제시했고, 의견에 대해 후보들의 공감대를 이뤄 진행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 대표의 마무리 발언을 두고 당내에선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해엔 당헌·당규에 찬성했다는 걸 에둘러 얘기한 것 아니냐. 송 대표가 경선 연기 반대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호남 지역 의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대변인은 “이낙연 당시 당대표 후보자는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니, 지혜를 모아달라’고만 말했다”며 “이 전 대표가 ‘180일 전’ 규칙대로 하자고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최고위원회를 개최해 경선 일정에 대한 최종 논의에 돌입했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 가운데 3분은 경선 연기 입장이고, 3분은 연기 반대 입장”이라며 “사실상 송 대표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