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만명에 술까지 판다···'NOlympic' 분노 불붙인 日스가

일본 정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경기에 관중을 입장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올림픽 분위기'를 제대로 띄워보겠단 계획이지만 "과욕을 부리다 감염이 재확산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는 이어진다. 국민의 불안을 무시한 '독선과 폭주'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일본 정부와 도쿄도(東京都),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올림픽 경기에 관중을 정원의 50%, 최대 1만명까지 받기로 결정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결정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한다. IOC는 관객 수에 한해서는 "일본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었고, 티켓 수익이 걸려 있는 조직위를 비롯한 일본 측이 관객 수용을 밀어붙였다.
 
올림픽에 관중을 받아들여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이를 올림픽 이후 경기 활성화까지 이어가겠단 것이 스가 총리의 구상이다. 올림픽 성공을 기반으로 가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야 본인의 총리직 연임도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중지'라는 카드를 없애기 위해 '관객 수용'이란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관객을 받는 것으로 결정해놓아야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하더라도 '중지'가 아닌 '무관객'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관객 수용에 이어 경기장 내 술 판매까지 허용할 계획이다. 개막식의 경우, 관객을 2만명까지 입장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쿄 감염자 다시 증가세..'5차 유행' 코앞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관중 있는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 분과회를 이끄는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18일 "무관중 개최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교토(京都)대 연구팀에 따르면, 올림픽으로 유동인구가 10% 늘어났을 때 개막 직후인 7월 말이나 8월 초 도쿄의 일일 신규확진자는 1000명을 넘게 된다. 
 
지난17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스가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17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스가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 도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2일 도쿄도 내 신규 확진자는 435명으로 일주일 전 화요일보다 98명 늘어났다. 3일 연속 전주 같은 요일보다 확진자수가 증가했다. '5차 유행'의 시작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번 결정은 국민 여론과도 동떨어져 있다. 21일 아사히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올림픽을 취소 또는 연기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3%는 하더라도 '무관중'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도통신 조사에선 86.7%가 올림픽을 계기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될까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올림픽, 독선과 폭주의 상징 될 것"

앞서 사설을 통해 정부에 "올림픽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던 아사히신문은 22일 정부의 관객 수용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대로 강행하면 올림픽은 '코로나를 이겨낸 증거'가 되긴커녕 '독선과 폭주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9일 도쿄에 있는 올림픽조형물 근처에서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9일 도쿄에 있는 올림픽조형물 근처에서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이니치 신문도 무관중 개최를 요구하는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며 "안전을 소홀히 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정부에 '무관객'을 권고했던 도쿄도의사회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회장은 이날 마이니치에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해 불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개막 한 달 전인 23일에는 올림픽 반대 운동을 지속해온 일본 내 6개 시민단체가 도쿄도청을 둘러싸고 대규모 시위를 열 예정이다. 6월 23일은 1894년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IOC를 창설한 기념일인 '올림픽 데이'이기도 하다. 이들은 'NOlympic Day(노 올림픽 데이)'를 내걸고 외국 반(反)올림픽 단체와 연계해 일본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평창 등에서 동시다발적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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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