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영향?…부산 공직사회, 성희롱·성폭력 신고 급증

부산 공직사회, 상반기 성희롱·성폭력 29건 발생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1일 오전 2차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1일 오전 2차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이후 부산 공직사회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가해자를 분리하지 않는 등 사건 처리는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성희롱·성폭력근절 추진단(추진단)은 22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상반기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부산시 본청 2건, 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13건 등 1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전문가 등으로 시 감사위원회 산하에 지난해 7월 구성됐다. 
 
 같은 기간 부산시와 별도로 사건을 자체 처리하는 16개 구·군에서 8건, 공직 유관 단체에서 6건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부산 공직사회에서만 총 29건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성희롱·성폭력 상담도 급증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해 부산시청 곳곳에 붙여놓은 홍보문. 황선윤 기자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해 부산시청 곳곳에 붙여놓은 홍보문. 황선윤 기자

 이는 지난해 상반기 상담·지원을 포함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7건보다 많이 증가한 것이다. 올 상반기 부산시 본청과 산하 출자 출연기관 상담·지원 건수도 23건이다.
 
 부산시와 출자 출연기관 성희롱 성폭력 15건 가해자는 9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9명의 징계는 훈계·견책·감봉·정직 각 1명씩이며, 1명은 징계 보류, 4명은 조사받고 있다. 사건 유형은 성희롱 9건, 성추행 1건, 2차 피해 5건이었다. 피해자는 성별로 여성 14건, 남성 1건이며, 가해자는 남성 13건, 여성 2건이었다. 피·가해자 관계는 고위직 4건, 상사 7건, 동료(선배) 4건이었다.
 
 하지만 이들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 과정은 미흡했다고 추진단은 설명했다. 전문성과 경험 없이 타업무와 병행하는 공무원이 고충 상담원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 보호 인식이 없어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실명공개 등 사건 처리는 미흡”
지난해 5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열린 부산시의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특별교육. [사진 부산시]

지난해 5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열린 부산시의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특별교육. [사진 부산시]

 예를 들어 A 구청은 사건접수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반복적인 진술을 받고 문서등록 대장에서 실명을 노출했다. 또 피해·가해자를 제대로 분리하지 않았다고 추진단은 전했다. B 기관에서는 기관장에 의한 성희롱과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이 기관장을 22일 자로 직위 해제하는 한편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피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 기관에선 2019년 다수의 성희롱에 이어 2021년 관리직에 의한 성추행이 발생하는 등 말썽이 일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신고 이후 신고 단계에서 고충 심의위원회 고충 상담원, 감사 단계에서 감사 실무자, 징계단계에서 인사 실무자가 사건을 담당하면서 피해자가 노출되기도 했다. 일부 구·군은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27조)에 따라 의무화된 사건을 통보하지 않았다. 시의 징계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런 조사결과에 따라 부산시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근절 TF를 구성해 23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부산시, 태스크포스(TF) 구성해 대안 마련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성평등 보이스’. [사진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쳐]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성평등 보이스’. [사진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쳐]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추진단 구성 이후 공직사회에서 성희롱·성폭력 신고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가진 전담인력 채용과 피해자 상담·조사 일원화 등으로 사건처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은 올해 들어 사건 발생 기관 대상 컨설팅 6회, 본청 직원 대상 예방 교육 10회 등을 실시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e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