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이어 콜드플레이 러브콜 “백업 댄서로 보일까 망설여”

21일 공개된 콜드플레이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협업한 ‘하이어 파워’ 댄스 비디오.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촬영했다. [사진 jino park]

21일 공개된 콜드플레이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협업한 ‘하이어 파워’ 댄스 비디오.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촬영했다. [사진 jino park]

지난 3월 미국 LA에서 진행된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 촬영. [사진 Maria Alvarez & Ethan Newmyer]

지난 3월 미국 LA에서 진행된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 촬영. [사진 Maria Alvarez & Ethan Newmyer]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뮤직비디오를 본 한국 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채로운 색상으로 물든 쓰레기 행성 카오티카를 탐험하는 콜드플레이 멤버들 사이 사이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익숙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등장한 탓이다. 지난해 이날치와 협업한 ‘범 내려온다’로 유명해진 이들은 콜드플레이가 가는 길목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릿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홀로그램으로 함께 무대를 꾸몄고, 21일에는 서울 구석구석에서 춤판을 벌인 댄스 비디오를 공개했다. 그야말로 애매모호하면서도 규정짓기 어려운 팀명 앰비규어스(ambiguous)다운 조합이다.
 
21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만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 김보람(38)은 “1월 초부터 오랜 시간 준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범 내려온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을 본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크리스 마틴에게 소개하면서 두 팀의 만남이 성사됐다. “작년 말부터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 저희를 찾았나 봐요. 인스타그램 메시지도 와있던데 확인을 못 했거든요. 줌으로 미팅을 했는데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신기해했죠. 그렇게 ‘하이어 파워’ 미완성본을 보내주면서 같이 작업해 보자고 하더라고요.”
 

몸 풀다, 맥주 마시다, 일상서 만든 춤

21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만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예술감독. 우상조 기자

21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만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예술감독. 우상조 기자

 
세계적 밴드와 협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앞에서 김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누적 조회 수 6억부를 기록한 한국관광공사 영상 덕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순수 무용을 추구하는 앰비규어스가 백업 댄서로 보일까 하는 우려에서다. 엄정화ㆍ이정현ㆍ코요태 등 백업 댄서로 활동한 그는 “이날치 이후 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거절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서울예대 무용과를 거쳐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무용단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그는 “다행히 크리스 마틴이 앰비규어스가 콜드플레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너희 영상에 출연한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며 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3월 예정된 프랑스 공연이 코로나19로 취소된 것도 짬을 낼 수 있게 도왔다. 한 달간 일정을 비워뒀던 이들은 미국 LA에서 만나 함께 영상 촬영을 했다. 에일리언 콘셉트 등 데이비 메이어스 감독의 주문을 최대한 수용하되 앰비규어스만의 색을 잃지 않고자 했다. “저희 상징이 된 검정색 선글라스 정도는 껴야 한다고 했죠. 하하. 안무에 대한 요구사항은 특별히 없었어요. 저희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안무를 선호하는 편이어서…밤에 맥주 마시다가 나온 춤을 넣기도 하고요. ‘범 내려온다’도 사실 저희가 몸 풀 때 하는 기본스텝을 응용한 춤이거든요.” 콜드플레이는 브릿 어워드 무대도 함께 서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자가격리가 너무 힘들어서 못 갔다”며 웃었다. 
 

“앰비규어스 클럽서 다같이 춤추고파”

지난달 11일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선보인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무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홀로그램으로 함께 했다. [사진 프로듀서그룹 도트]

지난달 11일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선보인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무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홀로그램으로 함께 했다. [사진 프로듀서그룹 도트]

 
지난해 서울ㆍ부산ㆍ전주ㆍ안동ㆍ목포ㆍ강릉 등 6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관광공사 영상을 촬영하며 배운 노하우도 활용했다. “무용 작업을 주로 했을 땐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환경이 불편했어요. 연습실이나 무대에서는 맨발로 춤을 춰도 되지만 야외에서는 신발도 신어야 하고 공간에 따라 호흡이 바뀌잖아요. 하지만 시장부터 바닷가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춤을 추다 보니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이번 서울 댄스 비디오에서도 노래방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를 주로 택했다. “종로 횡단보도 장면은 신호가 바뀌면 10초만 찍고 빠지는 식으로 3번 만에 촬영이 끝났어요. 코로나 상황도 안 좋은데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될 뿐더러 보안 유지가 철저해서 더더욱 조심했어요.”
 
지난 1년간 피자 알볼로부터 애플 아이폰, KCC페인트, 구찌 가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선보인 앰비규어스는 이제 다시 본업으로 돌아간다. 김보람은 8월 20~2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HIP 合’에서 ‘춤이나 춤이나’를 준비 중이다. 이를 토대로 11월 1시간짜리 공연 ‘얼이 섞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날치 장영규 감독님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하시는데 지금 바로 도움받으면 좀 그렇잖아요. 나중에 또 함께할 기회가 있겠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건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시작했어요. 기본적으로 춤은 굉장히 원시적인 언어인데 그 투박하면서도 고귀한 소리와 잘 맞더라고요. 완성되면 테크노로 만들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앰비규어스 클럽을 만들어서 다 같이 춤을 추는 거죠.”
 

“연습실 사랑하고 연습 많이하는 팀 되길”

지난해 공개돼 누적 6억 뷰를 돌파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영상. [사진 한국관광공사]

지난해 공개돼 누적 6억 뷰를 돌파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영상. [사진 한국관광공사]

김보람 예술감독은 “앞으로도 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보람 예술감독은 “앞으로도 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올해로 결성 15년 차를 맞은 앰비규어스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 감독은 “연습실을 사랑하고 많은 걸 연습하는 팀이 되고 싶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서울 와서 춤춘 지 20년 됐는데 여기가 첫 연습실이에요. 작년 4월 경기가 최고로 안 좋을 때 구했는데 스케줄도 없어서 제일 연습하기 좋을 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전까진 여기저기 전전했죠. 저희는 프로젝트별로 움직이는 팀이기 때문에 무용수들한테 다른 작업도 많이 해보길 권해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4회만 연습하고 나머지 시간은 열어두는 거죠. 밖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온 친구들일수록 힘들어하기도 하거든요. 얼핏 보면 이상한 동작이라도 자기 확신이 필요해요. 자유롭게 춤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야 해요.”
 
그는 “배고픈 생활을 오래 했지만 춤을 계속 출 수 있었던 건 돈 때문에 택한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앰비규어스가 지금은 잠깐 관심을 받고 있지만 무용은 여전히 재미없고 어려운 비주류잖아요. 덕분에 돈을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작업이 있고, 돈을 많이 준다 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콜드플레이와 이날치의 팬이 바로 저희 공연을 보고 재밌다고 느낄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편하게 무용 공연을 보러 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피버’에서 선보인 색동옷이 유행이 된 것처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많으니 그 간극을 조금씩 좁혀가야죠. 쉬운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생활, 되게 매력적이지 않나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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