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X파일,野내부 소행"…국힘은 심사 복잡, 지금 터진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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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사진 허진 기자
지난 3월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괴문서’로 규정한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사건이 터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지도부는 “X파일은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정치권에 대한 짜증만을 유발할 뿐”(이준석 대표)이라거나 “음습한 선거 공작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천하의 사기꾼, 김대업 시즌 2가 시작된 것 같다”(김기현 원내대표)며 강경하게 규탄했다.
 
지난 22일 윤 전 총장이 “(괴문서를)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처럼도 말하던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 사찰”이라고 비판한 뒤에는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공개적으론 강경한 목소리 나와

 
야권 대선 후보 경쟁자인 하태경 의원은 23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X파일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윤석열 가족 사생활, 굉장히 내밀한 프라이버시가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야당이 작성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불법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정권 심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겉으로 드러난 목소리와는 조금 다른 톤의 주장도 들린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가 된 뒤 X파일이 터졌으면 어쩔 뻔 했냐”며 “지금 터진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어차피 얻어맞을 매였다며 지금 맞는 게 낫다는 얘기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이 문제를 잘 이겨내고 당에 들어와도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의 다른 후보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좋은 일종의 ‘꽃놀이패’라는 것이다.
 

개개 목소리는 윤석열 적극 보호보다는 관찰자 시점 

 
국민의힘 내부에는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주역인 윤 전 총장에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의원들도 상당히 있을 걸로 추정된다.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윤 전 총장의 경쟁력을 인정할 뿐이지, 마음으로까지 받아들이지는 않는 의원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2019년 7월 25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윤 전 총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 여권 지지자들은 “윤석열 전 총장 가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처럼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7월 25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윤 전 총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 여권 지지자들은 “윤석열 전 총장 가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처럼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이런 미묘한 감정에 대해 언급을 했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가족 문제를 ‘화약고’에 비유한 뒤 “그걸 다들 께름칙하게 생각하고 윤 전 총장 쪽도 그 부분을 좀 구린 구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불씨가 툭 던져지자 그냥 폭발을 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해서 조마조마하고 위태위태롭게 생각했던 국민의힘 세력이나 의원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X파일이 야권 내부의 소행일 수 있다는 주장을 조금씩 흘리고도 있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에서는 (X파일이) 야권 경쟁자들의 의도적 흠집내기 아니냐, 이런 분석도 있다”고 발언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X파일에 대해 “검찰총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야당 내부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정리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했다.
 
김의겸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 김어준씨가 “내부적으로 뭔가 알력과 권력 투쟁이 일어났다”거나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 혹은 야권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정도로 이용하고 국민의힘이 따로 생각하는 후보군으로 넘어가려고 하는”이라고 질문을 거듭하자 “(윤 전 총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생각하는 국민의힘 쪽에서는 이걸 의도적으로 부추긴 사람들도 있겠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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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자 야권의 원로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낙마하면 최재형이 있고, 최재형이 낙마하면 누가 있고, 이런 식의 계산을 할 때가 아니고 대선 정치판을 바르게 잡는 것이 야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야당으로서는 (이 문제를) 마땅히 비판하고 공격하고 반대하고 해야지, 계산을 하면 속말로 말하면 얍삽한 생각이고 그렇게 하면 정권 교체는 못한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