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내주자 열받은 與 강성당원 "송영길·윤호중 사퇴하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11대7 상임위 배분에 합의했다. 그러자 강성 지지층은 윤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11대7 상임위 배분에 합의했다. 그러자 강성 지지층은 윤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넘기기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는 상임위원장 18석을 여당이 11석, 야당이 7석으로 나눠맡기로도 합의했다.
 
그러자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송영길 대표와 윤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문자폭탄을 보내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특히 윤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 독식론’의 주창자라는 점에서 반발이 컸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삐걱대자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법사위원장으로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하기도 했다. 그랬던 윤 원내대표가 왜 1년 만에 입장을 바꿨을까.
 

윤호중 “의회독재, 입법폭주 족쇄 벗었다”

윤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법사위를 (야당에) 내준 것”이라며 “법사위를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만드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고 본연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이 법사위, 야당이 예결위를 맡는 분배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문에 ‘법사위는 야당이 맡는다’는 주장을 받지 않고 21대 국회에 한정해서 ‘상반기는 민주당, 하반기는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작성한 이유가 거기 있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법사위를 넘김으로써) ‘의회 독재’ 내지는 ‘입법폭주’라는 말이 부담스러워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그 족쇄를 벗어버리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야권이 제기하는 ‘독주 프레임’을 해소하기 위해 법사위를 넘겼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이 여권 단독 의결로 통과되자 당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4.7 보궐선거에서 박주민 의원 등이 법안 시행 직전 임대료를 올린 사실로 민주당은 역풍을 맞았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이 여권 단독 의결로 통과되자 당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4.7 보궐선거에서 박주민 의원 등이 법안 시행 직전 임대료를 올린 사실로 민주당은 역풍을 맞았다. 연합뉴스

 
여야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계속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취임 직후부터 “법사위원장은 장물”이라며 여권에 공세를 폈다.
 
추경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방향이 결정된 건 23일 국회 본회의 직전이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에서 윤 원내대표는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후반기 야당 법사위원장’ 중재안을 보고했다. 이에 최고위원들은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기국회 전에 법사위원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또 단독 선출하면 역풍을 맞는다”라거나 “대선을 앞두고 악재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야당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건데 그걸 깨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강성 당원 “열린민주당 가겠다”

하지만 친조국 성향 강성 당원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당원게시판과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송영길, 윤호중은 사퇴하라” “탈당하고 열린민주당으로 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친문 성향의 지도부 인사는 “송 대표가 취임 이후 주도해온 쇄신론에 대해 당원들의 쌓인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맨 왼쪽) 등 민주당 지도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맨 왼쪽) 등 민주당 지도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친조국 성향 인사들은 강성 당원에 호응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라고 썼다.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합의, 이러한 합의 정신에 제발 제가 모르는 기발한 정치적인 속셈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문자폭탄은 여권 대선주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24일 페이스북에 “문자 보내기 선동을 계속하면 응분의 조처를 할 수밖에 없으니 이제 중단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가 곧 삭제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일부 지지층의 반발일 뿐이다. 향후 정국에서 지도부의 이번 판단이 정무적으로 옳았다고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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