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안돼" 개총수 지령뒤…"난 반대했다" 與 인증 릴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내년 대선 이후 국민의힘이 맡기로 여야가 합의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다수가 찬성으로 추인해줬다”(고용진 수석대변인)는 설명에도 강성 지지층의 철회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과 대선 주자들까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면접 정책언팩쇼'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최문순, 추미애, 김두관 후보.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면접 정책언팩쇼'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최문순, 추미애, 김두관 후보. 임현동 기자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180석 거대의석을 주신 국민 뜻과 달리 개혁 입법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며 “당에 법사위 양보 재고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썼다. 전날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잘못된 거래를 철회하라”(페이스북)고 주장한 것도 거론하며, “(다른) 후보들에게도 공동 입장 천명을 제안 드린다”고 했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 문제로 민주당이 곤혹을 겪는다. 그러나 과정이 어떻든 민주당은 야당과 이미 약속했다”며 이견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불만이 있어도 약속은 약속이고 합의는 합의다. 지켜야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당원들 우려가 큰 걸 잘 안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야당에 그냥 넘기는 건 아니다. 체계 자구심사 외에는 법안 심사를 못 하게 하고 체계 자구심사 시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했다”고 해명했다. 송 대표도 이날 ‘문자 폭탄을 많이 받느냐’는 질문에 “휴대폰을 못 쓰겠다”라며 허탈 웃음을 지었다.  
 

당초 野 “불만족” 합의…‘개총수’ 지령에 지지층 반발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긴 건 지난 1년 2개월간 민주당이 독식하면서 삐그덕댔던 국회 원 구성을 늦게나마 정상으로 돌린 합의로 평가받는다. 특히 법사위 기능을 축소하기로 합의문에 명시한 점은 당내에서도 “의회 정치의 진전”(이동학 최고위원)이라는 평을 받았다. “만족스럽지 못하다”(김기현 원내대표)는 볼멘소리가 법사위를 온전하게 돌려받지 못한 국민의힘에서 나오기도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양당 원내대표단이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등에 합의후 합의문을 읽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양당 원내대표단이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등에 합의후 합의문을 읽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친여 성향 일부 유튜버의 반발로 방향이 꼬이기 시작했다. 23일 밤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대표 출신인 이종원씨가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구독자 47만명)에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켜고 “법사위 넘기는 건 대권을 포기하는 거다. 우리가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 가만히 있지 말라”며 부추긴 것이다. 그는 ‘총수’로 불리는 김어준씨를 본떠 ‘개총수’로 불리는 여권의 주요 스피커다.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의 23일 밤 라이브 방송. 진행자 이종원씨는 이날 여야가 국회 상임위 재분배를 합의한 것을 비판하며 “단체 행동을 하라”고 주문했다. 화면 왼쪽엔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번호도 띄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의 23일 밤 라이브 방송. 진행자 이종원씨는 이날 여야가 국회 상임위 재분배를 합의한 것을 비판하며 “단체 행동을 하라”고 주문했다. 화면 왼쪽엔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번호도 띄었다. 유튜브 캡처

 
화면에 송 대표와 윤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띄어놓은 그는 “의원총회에서 무려 104명이 (상임위 재분배에) 찬성했다”고도 주장했다. 이튿날엔 상임위 재분배에 반대한 의원 명단이라며 고민정 의원 등 15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24일 올라온 게시글. 시사타파TV에서 주장한 상임위 재분배 반대 의원 104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하고 있다. 게시판 캡처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24일 올라온 게시글. 시사타파TV에서 주장한 상임위 재분배 반대 의원 104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하고 있다. 게시판 캡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당원 게시판엔 “송영길ㆍ윤호중은 사퇴하라”는 글과 “찬성한 의원 104명 명단을 공개하라”는 글이 쏟아졌다. 각종 친문 사이트에도 ‘#정치사기꾼 윤호중’을 붙이는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이른바 ‘104명 리스트’ 조각 맞추기가 이뤄지고 있다. 반대한 의원 15명을 후원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문 커뮤니티인 클리앙에 올라온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비판 글들. 홈페이지 캡처

친문 커뮤니티인 클리앙에 올라온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비판 글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런 이씨의 주장엔 사실과 왜곡이 뒤섞여 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원 구성 문제는 의원총회 표결 사안이 아니었다. (찬성이 과반이 넘는지) 전체적인 흐름이라도 알고 가자는 주장이 있어서 거수(擧手)로 진행했을 뿐”이라며 “애초에 체크하지도 않은 숫자와 찬반 의원들 명단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에 휩쓸리는 與…경선 비방전 뒤에도 유튜버

이렇게 형성된 강성 여론에 민주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시사타파TV와 전화 인터뷰에서 “죄송하다”고 밝힌 정청래 의원은 25일엔 윤호중 원내대표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곤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다른 강성 의원들도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24일 김용민 의원), “저는 반대했다”(26일 황운하 의원) 등 반대 인증을 이어나갔다. 박주민 의원은 26일 ‘나는 왜 반대했나’라는 부제를 단 라디오에 출연해 “개혁 입법도 이제 다 막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여 유튜브의 비판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양당 합의에 불복하자는 입장을 차례로 쏟아낸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친여 유튜버의 영향력이 최근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닫는 민주당 경선 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욕설 논란’이다. 20일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구독자 비공개)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형수 박모씨와 설전을 벌인 녹음 파일(이후 삭제)이 공개됐다.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새 파일이었다. 백브리핑의 주인 백광현씨는 이 전 대표의 오랜 지지자로, 이 전 대표가 그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인 백광현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에 20일 올린 이재명 경기지사 욕설 녹음 파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인 백광현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에 20일 올린 이재명 경기지사 욕설 녹음 파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마찬가지로 이 지사를 지지하는 유튜브에선 “드루킹 잔당은 지금 다 이낙연 쪽에 가 있다. 이낙연은 그걸 활용하고 있다”(‘이동형TV’·구독자 37만명)는 근거 없는 주장이나, “생계형 기자 이낙연의 전두환 찬양 굴욕기”(김용민TV·구독자 50만명)같은 자극적인 내용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김용민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올린 영상. 제목은 “‘생계형 기자’ 이낙연의 전두환 찬양 굴욕기”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김용민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올린 영상. 제목은 “‘생계형 기자’ 이낙연의 전두환 찬양 굴욕기”다.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과격한 일부 유튜버가 171석 거대 여당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에 대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지자들에게만 시원한 유튜브에만 의존하면, 갈수록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다”라며 “과거 야당 처럼 태극기 부대 등의 유튜버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이 또 나타나면 한국 정치의 큰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