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내용 메모지에 적던 연습벌레”…‘깡으로 뛴’ 펜싱 은메달 주역 송세라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왼쪽부터)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A]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왼쪽부터)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A]

“끝까지 집중하고 악으로, 깡으로 뛰겠다.”  
 
펜싱 송세라(28) 선수가 지난 27일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던진 각오다. 송 선수를 6년 동안 훈련한 부산광역시청 펜싱팀 김성근 감독은 2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평소 훈련할 때에도 끈질기게 움직이던 선수”라며 “동점인 상황에서 이길 확률이 90%인 대범한 선수”라고 말했다. 
 

"좌우 균형 뛰어나 공격·수비 전환 빨라"

송 선수는 최인정(31·계룡시청)·강영미(36·광주 서구청)·교체 선수 이혜인(26·강원도청)과 함께 27일 출전한 여자 에페 단체전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을 꺾는데 일등공신을 세웠다. 이후 결승전에서 에스토니아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에 이룬 쾌거다.
 
송세라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중국 대표팀과 대결하고 있다. 2021.07.27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송세라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중국 대표팀과 대결하고 있다. 2021.07.27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송 선수와 김 감독의 인연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한국 국제대학교 펜싱 특기생이던 송 선수를 김 감독이 부산광역시청 펜싱팀으로 영입하면서다. 김 감독은 “중학생 때 펜싱을 시작한 송 선수는 고등학생 때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대학교에서 섬세하게 기술을 구사하는 법을 터득했다”며 “송 선수가 아깝게 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영입했다”고 말했다.  
 
송 선수는 남자 선수 못지않게 체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송 선수는 좌우 균형이 잘 맞아서 공격과 수비 태세 전환이 누구보다 빠르다”며 “컨디션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자세로 훈련에 임하면서 꾸준하게 체력을 키워온 게 도쿄올림픽에서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밑 찌르기 터득 후 두각…세계 10위 2024년 기대주

키 164㎝인 송 선수가 장신 선수를 이기기 위해 터득한 기법은 손 밑 찌르기 기술이었다. 김 감독은 “원래는 상대 선수 손 위 찌르기 기술을 구사했는데, 승산이 없다고 보고 손 밑 찌르기로 전략을 바꿨다”며 “송 선수가 이 기법을 몸에 익힌 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로 송 선수는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 여자 개인전에서 2등을 거머쥐었다.  
 
송 선수는 매일 오전 11시 펜싱 수업에 들어올 때마다 메모지를 갖고 왔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감독이 지적해주는 내용을 메모지에 받아적은 뒤 보충 훈련 때 참고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잘못된 자세와 부족한 기술을 적고 또 적으면서 스스로 자세를 교정해 나갔다”며“적극적인 성격에 성실함이 더해져서 기량을 끌어올린 선수”라고 평가했다.  
 
송세라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중국 대표팀과 대결하고 있다. 2021.07.27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송세라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중국 대표팀과 대결하고 있다. 2021.07.27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송 선수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이 기대되는 선수로 손꼽힌다. 도쿄 올림픽 출전 전에는 세계 랭킹 18위였던 송 선수는 은메달 획득 이후 1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 감독은 “펜싱은 30대에 정점을 찍는 운동 종목 중 하나”라며 “만 28세인 송 선수가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전 출생인 송 선수는 부모님과 언니,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은 송 선수처럼 한국 국제대학교에서 펜싱 선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