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신 방통위가 제재, ‘구글 갑질 방지법’ 통상마찰 우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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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갑질 방지법’,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미국과의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제재 권한을 갖게 되면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구글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의 불공정행위 제재를 방통위가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포함됐다. 앱마켓 내에서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다른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제재 권한을 방통위에 부여하는 게 골자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으로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할 수 있었지만,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50조 1항)을 적용해 과징금 등을 부과하면 공정거래법을 다시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상임위 통과 개정안은 50조 1항을 고쳐 방통위의 제재 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이다.

구글인앱결제 방지법 주요 내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내용 정리]

구글인앱결제 방지법 주요 내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내용 정리]

미국과의 통상 논의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영국 등 구글이나 애플을 상대로 규제에 나선 건 각 국가의 공정위 역할을 하는 경쟁당국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부족할 수 있다고 본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제재 자체가 한·미 FTA 상 ‘내국민 대우(상대국 차별 금지)’ 위반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 그나마 공정거래법, 이른바 반(反)독점법은 세계적으로 다 비슷하고, 각 국 공정위끼리는 긴밀히 협조하고 있어 국가 간 공감대는 있다”며 “그런데 방통위 차원에서 규제하면 미국에서는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도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검토 결과에 따라 산업부가 국회에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미·EU·영국·인도, 경쟁당국 나서

경쟁당국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4월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앱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앱 수익 30%를 이용료로 받은 것과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애플 뮤직’을 밀어준 것을 문제 삼았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지난 3월부터 애플의 인앱 결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의 공정위 격인 인도 경쟁위원회(CCI)는 지난해 11월 구글 페이의 불공정 경쟁에 대한 조사를 직접 맡았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기업 독점 해외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기업 독점 해외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에서도 지난 7일 미국 37개 주 검찰총장이 구글을 상대로 연합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앱마켓과 결제시스템을 연동하면서 결제시스템 사용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셔먼법(반 독점법)을 적용했다. 미국은 주 검찰총장이 경쟁당국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은 일찌감치 통상 문제를 경고해왔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3월 미 의회에 제출한 무역장벽(NTE) 보고서에는 “한국의 인앱결제 방지법이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고 기재됐다. 또 이를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라고 보면서 "미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한다"고 했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방통위 "소관 부처와 통상 마찰은 무관"

앞서 국회 과방위 회의에선 통상 우려가 제기됐지만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통상 마찰 우려를 하는데 이것(구글 인앱결제)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통상 문제에 보수적 견해보다 방통위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누가 규제하느냐에 따라 통상 마찰 우려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으로 구글 등을 제재하더라도 미국과의 통상 우려는 존재한다"며 "유럽연합 등에서 경쟁당국이 나서는 것은 관련 법이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법 적용의 한계로 인해 EU나 미국 등에서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고, 특히 EU에서는 해당법을 정보통신총국이 집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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