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언론중재법 때린 野 "기자 겁박 전 김어준부터 처리해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 야권 대선 주자들이 “독재의 길”, “기자들 겁박”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경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경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며 “언론 분야를 특정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해외 주요 국가 중에서도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장을 지낸 판사 출신인 그는 “언론의 정상적인 취재활동마저 위축시키려는 언론장악법”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2018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국가의 특징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도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가상의 적들을 만들고, 독립적 기관인 검찰이나 감사원을 끊임없이 흔들고, 사법부까지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이제 권력을 유지·연장하기 위하여 언론장악의 시도를 더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민주주의 후퇴 5단계 중 언론장악은 4단계다. 5단계는 민주주의 국가라 부를 수 없는 국가로 전락하는 단계다.
 
최 전 원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적극 찬성하는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실정의 충실한 계승자”라며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마저 계승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결국 유사 전체주의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독재의 길로 갈 것”며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기도를 막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의 국가찬스 1호 공약: 주택 국가찬스'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의 국가찬스 1호 공약: 주택 국가찬스'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다른 야당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 “팩트(사실)를 쫓는 멀쩡한 기자들 겁박하고 싶으면 먼저 김어준부터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썼다.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조국 사태’ 등에서 거짓 사실을 전달해 비판을 받아왔다. 원 지사는 “음습하게 뒷전에서 음모론과 대안적 진실 얘기하여 승부에 개입하려는 ‘꾼’들을 적발하고 처벌해야 한다. 악전고투하며 팩트 쫓는 멀쩡한 기자들 겁박하지 말고”라고 적었다.
 
야권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대변인단도 전날 논평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징벌법, 언론검열법, 언론재갈법, 언론봉쇄법, 언론장악법”으로 규정했다. 대변인단은 “이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권력과 관련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수사권을 완전박탈(검수완박)’을 추진한 데 이어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에 나섰다”며 “또 다른 여론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언론중재법은 노무현 정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눈을 비비고 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눈을 비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야당 동의 없이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중에 국회 본회의에서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언론단체와 학계 등의 비판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계속 옹호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반칙과 특권을 뿌리뽑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노무현 정신 아닌가”라며 “일부 언론의 반칙과 특권이 빚어낸 허위조작, 가짜뉴스를 구제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 어디에 배치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중재법에 대해 “노무현 정신 위배”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개정안에) 국민의 80%가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해당 여론조사 문항이 편향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중재법 대상은) 명백하고 의도적이거나 중과실에 해당하는 가짜뉴스”며 “언론 피해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비판이 집중되자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엿보이고 있다. 대선 주자 중 박용진 의원은 지난 29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안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허위조작 보도나 악의적 보도의 구체적 기준이 구체화돼야 하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손해배상 산정 기준의 합리적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 더 논의하는 것 전제로 언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안에 기자 개인에 대한 언론사의 구상권을 명시한 것에 반대의견을 폈다. 정 전 총리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적정 수준으로 부과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그 책임은 회사가 져야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