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삼성 잡겠다”…샤오미의 도발 ‘허풍’이 아닌 이유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2위는 샤오미 역사의 이정표"라고 말했다.〈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2위는 샤오미 역사의 이정표"라고 말했다.〈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중국 샤오미가 사상 처음으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올랐다. 두 달 전 샤오미 경영진의 공언 그대로다. 지난 5월 말 루 웨이빙 샤오미 부사장은 “2분기에 애플을 넘어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샤오미 5개년 계획’ 발표 자리에서다. 
샤오미는 자사 홈페이지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 등극을 자축하는 사진과 분석 글을 게시했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샤오미는 자사 홈페이지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 등극을 자축하는 사진과 분석 글을 게시했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한국,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선 그다음 말이 더 걸린다. “이르면 2023년에는 삼성전자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샤오미는 3~5년 이내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5개년 계획에 담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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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샤오미의 기세를 보면 단순 도발이나 허풍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와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샤오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로 애플(14%)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인 삼성전자와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6월에는 월간 기준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랐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계추를 과거로 돌리면 샤오미의 약진은 더 도드라진다. 2013년 2%에 불과했던 샤오미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11%로 늘었다. 같은 기간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870만대에서 1억4580만대로 증가했다. 매출은 316억 위안(약 5조6300억원)에서 2459억 위안(약 43조8400억원)으로 커졌다. 
 
이 사이 삼성전자 점유율은 30%에서 19%로 줄었고, 애플은 13~16% 박스권에 갇혔다. 중국 비보와 오포는 각각 1%에서 8%로 점유율을 늘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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⓵ 탄탄한 내수 시장과 화웨이의 몰락  

샤오미 진격의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화웨이가 몰락한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는 비포·오포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특히 샤오미는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전략으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 쥔 회장은 지난 17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이 입증됐다”며 “올해는 ‘미홈(Mi Home·샤오미 직판점)’으로 모든 도시를 덮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몰락의 열매도 샤오미가 가장 많이 챙겼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화웨이의 중국 내 점유율은 10%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샤오미 점유율은 17%로 같은 기간 8%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시장 1위인 비보(7%p)나 2위 오포(6%p)보다 상승 폭이 컸다.  
 

⓶ 초저가부터 프리미엄·폴더블폰까지  

샤오미의 스마트폰 제품 라인업은 ‘물샐 틈 없이 촘촘하다’는 평을 받는다. 10만원대 초저가폰(홍미 20X)부터 100만원대 프리이엄폰(미11 울트라)까지 전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을 갖췄다. 
레이 쥔 회장이 지난 3월 샤오미의 첫 폴더블폰인 '미믹스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EPA〉

레이 쥔 회장이 지난 3월 샤오미의 첫 폴더블폰인 '미믹스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EPA〉

샤오미가 현재 판매 중인 스마트폰은 미(Mi) 시리즈 29종, 레드미(Redmi‧홍미) 시리즈 26종,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극대화한 포코(POCO) 시리즈 3종이다. 지난 3월에는 폴더블폰 ‘미믹스폴드’를 내놨다. 하반기엔 2~3종의 폴더블폰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샤오미의 제품 라인업은 가격대별로 삼성전자와 대부분 겹친다. 시장에서 “샤오미의 타깃이 애플보다는 삼성전자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약점이던 프리미엄폰 시장에도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샤오미는 올해 초 스냅드래곤888 칩셋을 탑재한 플래그십폰(전략폰) 미11 시리즈를 출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 미11 시리즈 수요가 매우 강했다”며 “프리미엄과 중저가 부문의 조합으로 샤오미가 2분기 사상 최대의 스마트폰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샤오미는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사우디 아라비이아에 문을 연 샤오미 매장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샤오미는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사우디 아라비이아에 문을 연 샤오미 매장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⓷ 삼성 있는 곳 어디든 간다...해외 매장 1000개 돌파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 2위 등극 발표 직후 자체 분석을 통해 ‘글로벌 확장’을 주요 원동력으로 꼽았다. 레이 쥔 회장은 최근 “샤오미는 10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고, 해외 사업이 총 수익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글로벌 회사가 됐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샤오미는 전 세계에서 빠르게 ‘미팬(米紛·샤오미팬)’을 늘려가고 있다. 샤오미의 해외 매장 '샤오미 스토어'는 지난 2016년 싱가포르에 처음 문을 연 후 지난 6월 1000개를 돌파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샤오미는 중남미에서 전년 동기 대비 300%, 서유럽에서 50% 판매량이 증가했다. 모두 삼성전자가 강세인 지역이다. 또한 러시아·스페인·폴란드·말레이시아·미얀마 등 12개국에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1위를 다투던 곳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인도에선 1위를 지키고 있고, 유럽에서는 2위(동유럽 1위)에 등극했다.   
샤오미는 지난 6월 1000번째 글로벌 매장 오픈을 자축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샤오미는 지난 6월 1000번째 글로벌 매장 오픈을 자축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⓸ 삼성‧애플도 무시할 수 없는 기술력  

한때 다른 회사 제품을 모방한 중저가폰으로 먹고살던 샤오미는 이제 삼성‧애플도 무시하기 어려운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변모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모든 부분에서 기술력이 일취월장”했다며 “일부 기술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따라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샤오미는 1억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카메라를 화면 아래에 숨기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8분 만에 배터리를 완전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샤오미는 최근 8분 만에 배터리를 완전 충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공개했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샤오미는 최근 8분 만에 배터리를 완전 충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공개했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레이 쥔 회장이 지난 수년간 가장 강조한 것 역시 연구‧개발(R&D)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R&D에 약 100억 위안(1조7800억원)을 투자했다.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30억 위안을 썼다. 레이 쥔 회장은 최근 “올해는 R&D 투자액이 130억 위안을 넘을 것”이라며 “5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채용해 R&D팀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진에 대한 파격 대우도 화제다. 샤오미는 올해 사내 전문가와 기술자 등 122명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1억1965만주의 주식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1인당 38억원가량이다.  
지난 3월 개편한 샤오미 로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게 샤오미의 설명이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 개편한 샤오미 로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게 샤오미의 설명이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⓹정면 승부로 피한 미국의 제재

샤오미도 미국의 제재로 추락한 ‘화웨이의 길’을 갈 뻔했다. 하지만 샤오미는 정면 승부로 위기를 모면했다. 올 1월 미국 정부는 샤오미를 블랙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군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였다. 샤오미는 즉각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올 5월 워싱턴DC 연방법원으로부터 “중국 군사기업(CCMC) 지정을 무효화 하고, 샤오미 제품의 구매와 주식 보유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라”는 판결을 끌어냈다. 
 
판결 직후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가 샤오미에 대해 추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샤오미가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샤오미 경영진. 가운데가 설립자인 레이 쥔 회장, 맨 왼쪽이 공동 설립자인 랜 빈 부회장이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샤오미 경영진. 가운데가 설립자인 레이 쥔 회장, 맨 왼쪽이 공동 설립자인 랜 빈 부회장이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레이 쥔 회장 "전속력 앞으로" 

샤오미는 어디까지 가려 하는 것일까. 레이 쥔 회장은 2위 등극을 기념하는 서한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세계 2위는 샤오미에 더 큰 도전과 책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지 못했다. 침착하고 겸손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악순환과 치열한 전투가 펼쳐질 것이다. 팔을 걷어붙이고 온 힘을 다해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 전속력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