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로 국적 바꿔 은메달 딴 '악동' 로리 사바티니

로리 사바티니. [AP=연합뉴스]

로리 사바티니. [AP=연합뉴스]

중국 탁구가 무적이었던 시절 중국 대표가 되지 못한 선수들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서 국제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국적을 바꾼 선수들이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긴 어려웠다. 중국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었다.
 
골프에서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골프는 컨디션에 따라 성적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가 1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미가세키 골프장 동코스에서 벌어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최종라운드 10언더파 61타 합계 17언더파다. 61타는 올림픽 최저타 기록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잰더 셔플리가 18언더파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바티니(45)는 남아공에서 나고 자랐다. 20대 초반 미국 PGA 투어로 진출해 6승을 했다. 그러나 구설이 많았다. 성격이 불같다. 2005년 부즈앨런 클래식에서 동반자인 벤 크레인의 경기 속도가 늦다고 혼자 다음 홀로 가버린 일이 있다. 중대한 에티켓 위반이다.
 
2007년엔 타이거 우즈에 역전패당한 후 “우즈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했으며 우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2011년엔 공을 찾아준 자원봉사자에게 소리를 질렀고 동반 경기자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PGA 투어에서 악동 계열 선수다.
로리 사바티니와 부인이자 캐디인 마르티나 스토파니코바. [AP=연합뉴스]

로리 사바티니와 부인이자 캐디인 마르티나 스토파니코바. [AP=연합뉴스]

 
그런 사바티니는 2019년 초 국적을 슬로바키아로 바꿨다. 부인 마티나스토파니코바가 슬로바키아 출신이다. 부인의 조카는 슬로바키아 골프협회 부회장이다. 사바티니는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슬로바키아 골프의 발전을 위해서 국적을 취득했다”라고 했다. 
 
사바티니의 고향인 남아공은 골프 강국이다. 뛰어난 선수가 많다. 한 나라에 두 명씩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데 사바티니의 성적으로는 불가능했다. 반면 슬로바키아에는 골프 선수가 거의 없다. 세계 랭킹 167위인 사바티니는 슬로바키아 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캐디는 그의 부인이 맡았다.  
 
사바티니는 3라운드까지 7언더파 공동 17위였다. 선두 잰더셔플리와는 7타 차나 됐다.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최종일 그는 신들린 듯 경기했다. 무려 10언더파 61타를 쳤다. 합계 17언더파가 됐고 그가 경기를 마쳤을 때 그보다 좋은 성적은 셔플리 뿐이었다. 딱 1타 차였다. 
 
셔플리는 14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17언더파가 됐다가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마지막 홀 파세이브로 간신히 우승을 차지했다. 
 
임성재는 10언더파 공동 22위, 김시우는 8언더파 공동 32위로 경기를 마쳤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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