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의 찌르기] 한국 펜싱 더 강해지려면? 더 많이 공격하라

한국 펜싱이 도쿄올림픽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금메달 1개(남자 사브르 단체), 은메달 1개(여자 에페 단체), 동메달 3개(남자 사브르 김정환, 남자 에페 단체, 여자 사브르 단체)를 수확해 단체전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게 됐다.  
 
단체전 금메달을 딴 남자 사브르 대표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단체전 금메달을 딴 남자 사브르 대표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은 모두 예상했다. 워낙 멤버(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가 좋다. 변수가 없으면 금메달을 따는 거였는데, 계획대로 됐다.  
 
다만 개인전 결과가 아쉽다.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탈락한 8강전에선 경기 도중 심판 착오로 상대 선수 득점이 부당하게 1점 더 올라가는 상황까지 나왔다. 경기 후반이 아니라서 '그 점수 탓에 졌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바로 수정하지 못해 아까운 건 사실이다. 
 
개인전에선 구본길이 생각보다 실력발휘를 못 했지만, 베테랑 김정환이 몸을 던져가면서 자신의 능력을 200% 발휘했다. 그 결과가 동메달로 이어졌다. 
 
다음 올림픽엔 김정환이 함께 나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번 올림픽 예비 멤버였던 김준호가 있어서 전력이 크게 약화하진 않을 거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한 명의 실력이 독보적인 게 아니라 평준화됐다. 현재 기량에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또 좋은 선수들이 모여 훈련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도 남자 사브르가 강해진 비결이다.  
 
여자 사브르도 선수들이 골고루 잘하는 편이다. 특히 사브르 단체전은 경기 분위기가 아주 중요하다. 실력의 비중이 7이면, 분위기도 3 정도 영향을 미친다. 여자 사브르팀 분위기가 좋고 집중력도 뛰어나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 같다.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지난해 초 아킬레스건을 다쳐서 재활을 오래 했다. 김지연 선수 남편(배우 이동진)을 가끔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너무 안쓰러워서 계속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올림픽 한 번 더 뛰고 싶다'면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개인전 성적이 안 좋아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아주 안타까웠다. 그래도 가장 부담이 심한 단체전 마지막 주자로 나서 듬직하게 제 몫을 해주는 걸 보니 '역시 에이스는 에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서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을 확정한 뒤 피스트에 누워 기뻐하는 박상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 주자로 나서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을 확정한 뒤 피스트에 누워 기뻐하는 박상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자 에페 단체전은 역시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가장 큰 활약을 했다. 에페는 수비가 중요한 종목이다. 막고 찌르거나 피하는 걸 잘하면 버틸 수 있다. 다만 동시타로 양쪽 다 점수를 얻는 것도 가능해서 지고 있을 때 역전하기가 어렵다. 박상영은 공격도 잘 되는 선수라 단체전 경기 마지막 라운드 전까지 지고 있어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자 에페는 에이스 최인정이 세계랭킹 2위라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개인전에선 초반에 탈락했다. 하지만 펜싱에선 그런 일이 다반사다. 랭킹이 높다고 다 메달을 따는 게 아니다. 다만 최인정도 수비를 잘하는 데 비해 공격력이 조금 아쉽다.  
 
한국 에페 선수들은 박상영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공격력이 약한 게 위험 요소다. 박상영은 워낙 발이 빠른데다 공격 타이밍이 아주 좋다. 다른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좀 보완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에페 선수들 대부분 나이가 어려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는 더 성장해 있을 것 같다.  
 
남녀 플뢰레는 개인전만 출전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플뢰레 종목은 남현희의 은퇴 후 유독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또 에페와 마찬가지로 너무 수비에만 치중하다 공격력이 약해진 게 패인 아닌가 싶다. 올림픽 등 큰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반드시 공격도 잘해야 한다. 사브르 종목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공격력을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