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도 튀길 기름? 태권도서 얻어맞고도 웃는 '통가 근육남'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상반신에 오일을 바르고 통가 기수로 등장한 타우파토푸아.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상반신에 오일을 바르고 통가 기수로 등장한 타우파토푸아. [연합뉴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설파한 올림픽 정신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는 올림픽 정신을 완벽히 구현한 선수가 있다. 인구 10만 명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통가의 태권도 선수 '통가 근육남' 피타 타우파토푸아(38)다. 
 
타우파토푸아는 지난달 27일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에서 1회전 탈락했다. 하필 세계 랭킹 1위 블라디슬라프 라린(러시아)을 만났다. 3-24로 콜드패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세계 최강자 라린을 상대하는 매 순간을 즐겼다. 주먹 공격(1점)으로 총 3점을 올렸는데, 득점할 때마다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두 손을 들고 기뻐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1점(1-16패)만 내고 패했다.
 
타우타푸아를 인터뷰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쿄행 환승 항공편이 크게 줄었다. 일정을 수 차례 변경하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올림픽에 3연속 출전한 것 자체가 영광이다. 비록 경기에서 패했지만, 굴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겠다(live to fight another day)"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나선 타우파토푸아. 그는 예선 탈락했다.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나선 타우파토푸아. 그는 예선 탈락했다. [AP=연합뉴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겨울올림픽 포함) 출전인 타우파토푸아는 스포츠계에서 유명 인사다. 첫 올림픽 출전인 2016년 리우 대회를 통해 스타가 됐다. 태권도 선수로 참가한 그는 상체를 드러낸 통가 전통 의상 투페누를 입고 개막식 기수로 등장했다. 키 1m90㎝ 체중 90㎏의 큰 체격에 코코넛 오일을 잔뜩 바른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국내 팬은 '통가 근육남', 해외에선 '웃통을 벗은 통가인'으로 화제가 됐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선 영하 8도의 강추위에도 상의를 벗고 개막식에 나왔다. 
 
그는 도쿄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16년과 2018년에 이어 또 다시 상반신을 노출했다. 영국 가디언은 그의 입장을 도쿄올림픽 개막식 주요 장면 11선에 선정했다. 가디언은 "2016년 리우, 2018년 평창에 이어 또 상의 탈의 의상을 선보인 통가의 개막식 기수 타우파토푸아에게 시선이 집중됐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타우파토푸아가 몸에 바른 기름은 통닭을 튀기고도 남을 양"이라고 했다. 
 
올림픽 선수촌 입성한 타우파토푸아 [사진 타우파토푸아 인스타그램]

올림픽 선수촌 입성한 타우파토푸아 [사진 타우파토푸아 인스타그램]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종목을 바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섰다.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10세 어린이들과 스키를 배웠다. 남자 15㎞ 프리 종목에서 출전해 완주에 성공한 116명 중 114위를 기록했다. 도전은 계속됐다. 그는 도쿄에선 카약 선수로 참가하려 했다. 각각 다른 3종목으로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최초 선수가 목표였다. 
 
안타깝게도 갈비뼈를 다쳐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2월 다시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그는 "평창에서 먹은 한우와 삼겹살 맛을 잊을 수 없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흘러 도쿄 대회를 치렀다. 만감이 교차한다. 언젠가는 올림픽 준비 과정을 전부 털어놓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당시 삼겹살 파티를 벌인 타우파토푸아(오른쪽). 정시종 기자

평창올림픽 당시 삼겹살 파티를 벌인 타우파토푸아(오른쪽). 정시종 기자

그는 올림픽 도전을 통해 세계인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올림픽은 전 세계 60억 명 인구가 모두 시청하는 이벤트라서다. 타우파토푸아는 "금메달리스트 만큼이나 많은 박수와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고 자부한다. 12세 때부터 올림픽을 꿈꿨다는 그는 통가 스포츠 유망주들을 위한 훈련센터도 짓는 게 목표다. 그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타우파토푸아는 마지막으로 희망의 메시지 두 마디를 남겼다. "끝까지 최선을 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fight 'till the end)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never giv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