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허가취소 소송, 대법원서 최종 패소했다

촘촘하게 철근을 배치한 철신고리 5,6호기

촘촘하게 철근을 배치한 철신고리 5,6호기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시민들이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4월 29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허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2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상고심 요건을 갖췄는지를 따져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제도다.
 
2016년 6월 원안위는 재적 위원 9명 가운데 7명의 찬성으로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 허가를 승인했다. 그린피스는 그해 9월 “원전 부지에 과거 강한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는데도 적합한 단층조사를 하지 않는 등 건설 허가에 여러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일부 위법사항 있지만, 공공복리 고려" 

2019년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과정에 일부 위법한 사실이 있지만, 허가를 취소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사정 판결(事情判決)을 했다. 사정 판결이란 행정소송법에서 원고들의 청구 이유가 인정되더라도 어떤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법원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심은 이 사건의 쟁점으로 ▶건설 허가 의결 시 원안위법이 정하는 ‘위원 결격자’가 참여한 하자가 있는지  ▶원전 부지 위치가 기준을 위반한 것인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가 법이 정한 기재사항을 누락했거나 미흡한지 ▶‘사고관리계획서’ 등 신청서류에 흠결이 있는지 ▶원전 부지와 그 주변 지역에 관한 지진 및 지질 분야 조사 방법이나 정도가 부적정한지 등 크게 5가지를 들었다.
 
이 중 1심이 위법 사항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2가지다. 의결 참여 위원 중 2명에게 법이 정한 결격사유가 있고 이에 기초해 나온 의결 역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또 건설 허가 신청 시 함께 내는 서류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에 법정 기재 사항 중 하나인 ‘운전 중 중대 사고로 인해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누락돼 심사에도 흠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외 원고들의 안전성과 관련한 모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1심은 “위법한 점이 있지만, 그 사유와 발생 경위, 보완 가능성과 건설 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결과를 고려하면 건설 허가를 취소할 필요성은 매우 작은 반면 취소로 발생하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결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중하다”며 사정 판결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심이 고려한 건설 허가 취소로 인한 영향에는 취소 후 재허가 및 공사 진행에 걸리는 소요 시간이 길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과 취소 시 이미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1602개 업체 중 적지 않은 수가 도산하거나 특정 산업 분야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언급됐다. 또 2017년 7월부터 10월까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멈춘 기간 동안 이미 약 1091억원의 손실비용이 발생한 걸 보면 취소 및 재허가 절차에 최소 4년 이상 걸리는 만큼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文정부 ‘탈원전 공론화’ 등으로 완공은 2년여 늦어질 듯

신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 계속건설과 중단여부를 판단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 3일 종합토론회가 2017년 10월 15일 폐막됐다. 김성태 기자

신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 계속건설과 중단여부를 판단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 3일 종합토론회가 2017년 10월 15일 폐막됐다. 김성태 기자

 
앞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10월까지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를 열고 원전 건설을 원점부터 재검토했다. 숙의 과정을 거친 위원회는 공론화 결과 공사 재개 결론을 정부에 권고했다.

 
여기에 산업 현장의 특수성 등이 더해지며 신고리 5·6호기의 완공 예정일은 더 더뎌졌다. 1심 판결에 따르면 당초 5호기는 2022년 1월, 6호기는 2023년 1월경 완공돼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두 원전 모두 완공일이 2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