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올인' 한다"…LG 이어 SK도 사업 분할

K-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4일 LG화학에 이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나 SK의 사업분할은 기존 화학이나 정유에서 배터리 사업을 떼내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최근 “배터리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자원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자본 조달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자본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분리하는 물적분할을 추진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방식이다. 
 

SK도 LG 이어 배터리 전문기업 설립 

이 경우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도 있고 신주를 대량으로 발행할 수 있어 필요한만큼의 자본금을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이 회사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높아져 기업이나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1, 2 공장 전경.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1, 2 공장 전경. 연합뉴스

 
SK의 배터리 회사 설립을 계기로 K-배터리 3총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17년 기준 연간 330억 달러(약 34조4000억원)에서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 달러(약 183조원), 2030년 3517억달러(약 404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미국ㆍ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어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공급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LG에 이어 SK가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과의 협력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GM, SK-포드, 삼성-리비안

K-배터리가 가장 공들이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삼성SDI 역시 미국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주에 전기픽업트럭 35만대 분량의 35GWh 공장을 설립하는 등 총 70GWh 규모 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25년까지 단독 투자를 통한 신규 공장(약 70GWh)과 기존 미시건주 공장 확장(5GWh) 등 총 145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포드와 손잡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기로 했다. 2025년 양산을 시작할 블루오벌SK는 연 60GWh 이상 배터리 셀, 모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2025년에는 미국에서 82GWh 이상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 배터리팩 공장만 운영하던 삼성SDI는 셀 공장 라인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3년 생산 라인을 마련하고 2025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美 신차마다 K-배터리 탑재 

K-배터리 3사의 미국 투자 확대는 확실한 성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2009년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GM의 전기차 볼트에 장착될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된 이후 두 회사는 협력을 확장해 왔다. GM은 2025년까지 신형 전기차 30개 모델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 등 효율성 좋은 배터리를 전기차 픽업트럭 ‘GMC 허머 EV’는 물론 ‘실버라도 EV’ 등 새 모델에 적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실리는 'GMC 허머 EV'.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실리는 'GMC 허머 EV'. 연합뉴스

 
포드의 경우 미국 시장 부동의 판매 1위 픽업트럭인 F150과 승합차 트랜짓 등의 전기차 버전을 준비 중이다. 2030년까지 240GWh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실을 것으로 분석된다. 후발 주자인 삼성SDI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과의 협력에서 자신감을 얻고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리비안은 아마존 포드를 투자자로 확보한 상태다. 삼성SDI는 리비안이 올해 출시할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와 전기 픽업트럭 ‘R1T’ 등에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유력한 미국 완성차 OEM(위탁생산) 고객사로 스텔란티스와 리비안이 부각되고 있으며, 삼성SDI의 미국 공장 증설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협력할 자동차업체는 물론 공장 부지와 시설 규모, 투자 금액 등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리비안 픽업트럭에 장착되는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사진 삼성SDI]

리비안 픽업트럭에 장착되는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사진 삼성SDI]

 

현대차·LG동맹은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한편 현대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합작은 현대차가 배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첫 시도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도한 ‘K-배터리 동맹’의 첫 결실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을 잇달아 만나 ‘K-배터리 동맹’을 맺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해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해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동남아시아에 건설하는 첫 K-배터리 공장이기도 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0.2%의 시장 점유율밖에 갖지 못한 인도네시아에 배터리공장을 짓는 것은 전기차를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하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가 SKㆍ삼성과 또다른 협력을 통해 다른 지역의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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